학생들에게 1억원 받아 챙긴 교수의 황당 해명 "자발적으로 주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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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들로부터 외제차 임차료·논문 심사비 등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아 챙긴 국립대 교수가 구속됐다.

28일 춘천지검 형사2부(부장 박광섭)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A 교수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A 교수는 동물 심장병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11월 A 교수가 BMW 승용차를 리스할 계획이라는 말을 들은 대학원생 B씨는 다른 대학원생 10여 명에게 이 같은 소식을 알리며 "임차료를 우리가 내자"고 제안했다. 학생들은 2015년까지 돈을 걷어 매달 A 교수의 계좌로 보냈고, 학생들이 대신 낸 BMW 임차료는 5043만원에 이른다.

A 교수는 또 2011년 1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학원생 31명으로부터 석·박사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 명목으로 589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학생들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건넸다.

학생들은 논문 통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수는 2010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자신의 연구과제에 참여한 대학원생의 인건비 등을 부풀려 청구하는 수법 등으로 산학협력단으로부터 5500만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학생들에게 노골적으로 "받은 연구비를 달라"고 해 자신이 챙기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A 교수는 학생들에게서 받은 돈에서 매달 1000만원씩 외국에 있는 아내와 두 딸에게 생활비로 송금했다. 그러나 A 교수는 "차량 임차료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고 논문 심사비도 다른 심사위원 거마비 등으로 썼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대학원생을 착취하고 비인격적 대우를 하는 일부 교수의 행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A 교수가 뇌물 등으로 불법 취득한 이익을 모두 환수 조치할 계획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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