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운동하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46호 04면

문화콘텐트 업계에 오래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니의 라이벌은 누구냐?”하는 것이죠. 답은 “나이키”입니다. 물론 여기서 ‘소니’는 콘텐트 제작 업체(작가 포함)를 모두 의미합니다. ‘나이키’ 역시 스포츠 기구를 만드는 업체를 총칭하는 단어죠. 실내에서 즐기는 물건을 만드는 업체의 경쟁 상대는 실외용 물건을 만드는 업체라는 이야기입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싸우는.

editor’s letter

그런데 누군가 여기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둘 다 윈윈할 수는 없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이 나이키와 함께 26일 서울관에서 시행한 ‘아트앤스포츠데이’가 그것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8월 한 달간 예술과 스포츠를 결합한 이벤트 ‘에코 판타지’를 열어왔는데 그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죠. 미술관 복도에서 요가를 하고, 미술관 마당을 출발해 경복궁과 청와대 앞길을 거쳐 다시 미술관까지 달리기를 합니다. 저녁에는 마당에서 라이브 콘서트도 즐기죠.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 도랑 치고 가재 잡기입니다. 문화와 스포츠, 실내와 실외, 관람과 행동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선 발상의 전환이 유쾌합니다.

사실 이런 ‘예술+스포츠 프로그램’은 외국 유명 미술관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러닝 프로그램,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에어로빅·명상·작품 감상 프로그램은 관람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하네요. 색다른 체험과 즐거움은 이렇게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줍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