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WP 인터뷰…"대통령 되면 트럼프 먼저 만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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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를 갖고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먼저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전투표 '붐업' 퍼포먼스을 앞두고 중앙당사 2층에서 사전투표 독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전투표 '붐업' 퍼포먼스을 앞두고 중앙당사 2층에서 사전투표 독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WP가 2일(현지시간) 게재한 인터뷰 전문에 따르면 문 후보는 '워싱턴보다 평양을 먼저 가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때 발언은) 만약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미국·일본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 있다고 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는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로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동맹관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내 대답은 '노(No)'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와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토대다. 하지만 한국이 뒤에 빠져서 미중 간의 논의나 북미 간의 대화를 보고만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문제에서는 한국이 주도권을 쥐어야 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을 더 강화할 것"이라며 "여기서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한국이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북한과 상대할 거라는 의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캡처]

[사진 워싱턴포스트 캡처]

문 후보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예정보다 앞당겨 배치된 사드가 미국이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냐고 보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그런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의구심은 든다"며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급하게 사드를 배치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드 배치 결정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적인 절차가 부족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국회의 비준이나 동의 없이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압박과 제재, 심지어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얘기하고 있지만 나는 그의 궁극적인 목표가 북한을 북핵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일반의 인식보다 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도 선거 때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실용적인 접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캡처]

[사진 워싱턴포스트 캡처]

문 후보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를 떠올리며 당신을 북한에 유화적인 정치인으로 생각하는 워싱턴 일각의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국은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군사·경제적 동맹을 확대했다. 또 비록 이명박 정부 때 충분히 이행되지 못했지만,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에서 합의를 이룰 때 한미는 긴밀히 공조했다"며 "워싱턴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반대로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양국은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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