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차기 대통령, 저출산 극복 ‘국가 어젠다’로 실행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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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인구 재앙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올해 만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처음으로 줄어든 데 이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기 울음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어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2월 출생아 수는 3만600명으로 2015년 12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 연간 출생아 수가 36만 명대로 주저앉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002년 이후 15년 만에 40만 명 선마저 붕괴되는 ‘출산절벽’에 내몰리는 것이다.

 국가로서는 큰 위기다. 전문가들은 그 여파로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0.9%가 자연 증발하는 등 갈수록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복지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비혼·만혼·청년실업 같은 사회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인구 재앙이 곧 국가 재앙'이라는 의식이 뚜렷한 국가 지도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을 보면 미덥지가 않다. 주요 후보 5명 모두 아동수당 신설, 육아휴직 확대, 국공립시설 확대 같은 '퍼주기' 공약만 남발한다. 국가 차원의 큰 그림과 구체적인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덜컥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돈이 없어 난리가 났던 이전 정부의 기초연금·누리과정 공약과 뭐가 다른가. 저출산 문제를 ‘표’로 접근했을 뿐 국가 존망이 걸린 어젠다로 인식하지 않는 탓이다.

 이대로라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인구 5000만 명 지키기도 버겁다. 2006년부터 10년간 102조원을 대증요법으로 쏟아붓는 바람에 효과는커녕 16년째 초저출산(1.3명 이하)의 늪에 빠져 있는 게 그 교훈 아닌가. 차기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안보 버금가는 '국가 어젠다’로 설정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일본의 ‘1억 총활약상(장관)’처럼 정부 조직 안에 컨트롤타워를 맡을 인구부총리나 인구부를 신설하는 것도 방안이다. 결혼·출산·보육·교육을 망라한 대통령 프로젝트로 저출산 극복의 구심점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음 TV토론에서 의지를 보여주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