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여파' 제주 떠나는 중국인 불법체류자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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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이후 제주 지역을 떠나는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드 보복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중국인들이 대거 중국 본토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19일 "3월 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제주에 불법 체류하다 자진 출국한 중국인이 138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9명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관계 당국은 중국 측의 한국여행 제한 조치로 제주를 찾는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가 급감하자 관광 업계에 불법취업했던 중국인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이후 유커들이 발길을 끊자 중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해오던 식당이나 업소들에서 일하던 불법체류자들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현재 8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제주에서 불법체류를 하며 관광업계나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건설현장과 농촌 지역 일자리가 줄어든 것도 중국인 불법체류자 감소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불법 체류기간이 3년 미만인 자진출국 외국인에 대해 재입국 기회를 주는 입국금지 면제 제도도 중국인의 자진출국에 영향을 미쳤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불법체류자의 자연적인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검찰도 제주도 내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지검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유관기관 합동 단속을 통해 불법체류 및 불법 취업자 196명을 적발하고, 이 중 17명을 구속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유커 감소와 건설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중국인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입국 금지 면제제도 등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출국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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