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일본, 해외 기업쇼핑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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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사냥이 심상찮다. 마이너스 금리로 자금조달이 쉬워지자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자금조달 쉬워져 공격적 M&A #내수 부진도 해외진출의 원인

일본의 M&A 조사업체 리코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10조9127억엔(약 109조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30%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건수도 6% 늘어난 627건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일본 기업의 M&A를 든든하게 뒷받침 하는 건 마이너스 금리다. 일본은행(BOJ)은 지난해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1%로 내렸다. 덩달아 채권금리가 크게 떨어졌다. 자금 조달 부담이 확 줄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인수한 소프트뱅크도 인수가 3조3000억엔 가운데 20%가량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할 정도다.

일본 내수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점도 해외 기업 M&A를 부추겼다. 일본 내에 유통되는 현금 99조엔 중 절반 가까이가 ‘장롱 예금’으로 잠들어 있을 정도다.

결국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아예 외국기업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아사히그룹 홀딩스는 글로벌 브랜드로 이미지를 높이고 판로를 개척하려 8800억엔에 동유럽 지역 맥주회사를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 비중을 키우고 있다.

건설기계 회사인 고마쓰도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의 초대형 광산기계 생산업체인 조이글로벌을 3000억엔에 사들였다. 제약업체인 니치이코도 미국 제약사 SGNT를 750억엔에 인수해 글로벌 10위권을 노리고 있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 증권의 벳쇼 켄사쿠 애널리스트는 “저금리와 인구 감소 등 환경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판로를 보유한 미국·유럽 지역 기업에 대한 M&A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저금리와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로 확산하는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의 M&A 건수는 전년 대비 7% 증가한 1만2001건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1조23억 달러로 글로벌 M&A 총액의 27% 수준이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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