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립형 사립고 설립 발목 잡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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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명박 서울시장이 2008년까지 강북의 은평.길음.아현 등 3개 뉴타운 지역에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하겠다고 하자 교육인적자원부가 제동을 걸었다. 교육부는 "서울시와 합의된 것이 없으며, 자립형 사립고 운영방안을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반박했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도대체 누가 맞는지 헷갈린다.

자립형 사립고는 획일적인 고교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2년 도입돼 전국에서 6개교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일반고보다 등록금이 비싸지만 학생 선발.교과 과정이 자율화돼 학생들의 수업.학교 만족도가 높아지는 등 효과가 컸다. 그래서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지난해 말 "자립형 사립고를 20개 정도로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늦어도 올 3월까지 자립형 사립고를 늘리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 교육부가 왜 서울시의 계획에 발목을 잡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교평준화의 폐해는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났다. 우리 교육은 하향 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평준화가 자리 잡은 마당에 다시 뒤집을 수도 없어 내놓은 보완대책이 자립형 사립고였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특수목적고를 보더라도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넓히고, 평준화를 보완하는 효과가 컸다. 자립형 사립고는 재단이 법에 의해 많은 교육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순수한 교육의 열정 없이는 그러한 희생을 감내할 수 없다. 특히 강북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탓하면서 좋은 학교를 설립하겠다는데도 이를 막으니 더욱 이해가 안 된다.

교육부가 이런 데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자립형 사립고 확대에 대해 한나라당은 적극적이고 열린우리당은 소극적이다. 전교조는 '귀족 학교'라며 반대한다.

교육부가 이러한 정치 역학을 의식해 서울시에 제동을 건 것은 아닐까. 교육이 정치 논리에 의해 움직이면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가겠는가.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