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뛰어 넘는 미와 서정의 공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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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르코스모화랑에서 선보이는 (14일까지) LA아트코어화랑과의 교류전은 보편적인 공감대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이채로운 전시회라고 말할수있다 (7846661).
아트코어 화랑을 이끌어 오고있는「리디아·다케시타」여사의 엄격한 선별과 동국대 오경환교수의 협조로 한국작가와 미국인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 전시회는 국적이나 성장과정·생활배경과는 무관하게 동질의 감수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서정성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예술이 만국 공통어라는 정의를 다시 한번 음미하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공통적인 정서의 형성에는 보편성에대한 신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참여 작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바버러·마이어스」는 지구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이른바 지구촌이라는 개념에서,「매튜·토머」는 보편성에 관한한 언제 어디서나 또는 누구에게나. 리얼리티는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주장읕 견지하고 있다.「마이어스」의 작품이 한국일각에 선풍을 일으킨바 있는 소위 「묘법」을 연상케 하고, 「토머스」의 작품이 동양적인 유현함을 보여준다는 것은 본질에의 접근을 위하여 꼭 체험이 바탕이 되어주지 않아도 좋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생각되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반하여 「비니·커먼」과「마이클·우드」는 다분히 미국적인 발상과 실용적인 제작태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나타난 화면은 매우 서정적인 데가 있다. 「커먼」은 소재를 자연의 풍경에서 빌어오되 우리가 짐작할 수 밖에 없는 신비적인 것을 표상하기 위해 까만 배경과, 우리의 의식에 나타나는 형체를 재현하기 위해 부유하는 빨간 붓 자국들을 화면에 같은 비중으로 깔아 놓는다.
재미한국작가들의 작품은 보다 정밀하고 계산된 화면을 지향하고 있지만 결과로서의 작품은 그들의 생활환경과는 무관하게 한국적 서정을 내보이고 있다. 조현숙의 점토 바위는 그의 심미안이 완성을 선언할 때까지 추구된 지적 작업의 결산이고, 송재광의 화면은 두뇌가 허용하는 최고의 정밀에까지 화면의 깊이를 추구하면서 배경에 미국식의 미술언어를 도입하고 있다. 박동인의 창문 시리즈는 내면에 의해 여과를 거듭하여 의식에 접근하고 있는 심상의 풍경화다.
한국에서 성장과정을 보낸 작가들에게 강한 서정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양상이지만 인종과 성장배경이 다른 미국작가들이 이러한 서정성을 작품에서 보여준다는 사실은 내면성의 탐구가 보편적 언어의 가능성으로 연결되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작가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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