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쏟아냈는데, 작년 북한 생산·소비 되레 회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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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에도 지난해 북한 경제가 오히려 안정을 찾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일 발간한 ‘KDI 북한 경제 리뷰’ 1월호 내용이다. KDI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줄었던 북한과 중국의 무역액(수출+수입)은 지난해 58억30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7.3% 늘었다. 북한 주력 수출품인 무연탄의 가격이 상승하고 수요도 늘면서다. 북·중 무역은 북한 전체 교역의 9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KDI ‘북 경제 리뷰’서 주장
“북·중 무역, 전년보다 7.3% 늘어
외화 많이 쓰이며 시장원리 작동”

생산과 소비에서도 회복 징후는 뚜렷했다. 북한의 통화가치와 쌀 가격도 예년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를 쓴 이석 선임연구위원은 “대북제재가 대외 교역 규모는 물론 북한 주민의 경제 심리 등 여타 측면에서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이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 넘어가며 경제 시스템이 바뀌었다고 풀이한다.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북한 원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상당수 주민이 북한 원화 대신 달러화·유로화·위안화 같은 외화를 일상 통화로 사용했다. 2013년 이후 북한 정부 역시 대량으로 원화를 찍어내는 일을 자제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 경제에선 외화를 중심으로 시장 원리에 의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고 있다” 고 말했다. 북한의 대외 상품 교역에 초점이 맞춰졌던 유엔의 다자 제재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다.

이 연구위원은 반면에 “한국과 미국 등 개별 국가가 실시한 양자 제재에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 개성공단, 해외 근로 북한 노동자 등 북한 당국의 외화 사정과 직접 연관이 있는 부문에 제재가 가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조현숙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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