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주변 상가 낮에도 썰렁 … 대학생 취업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1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의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푸른에스앤피 공장에서 작업반장 김종석씨가 마스트(선박 기둥)의 페인트칠 상태를 살피고 있다. 군산조선소에 납품하는 마지막 물량이다. [군산=김준희 기자]

지난 1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의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푸른에스앤피 공장에서 작업반장 김종석씨가 마스트(선박 기둥)의 페인트칠 상태를 살피고 있다. 군산조선소에 납품하는 마지막 물량이다. [군산=김준희 기자]

지난 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에 있는 한 도장(塗裝) 공장.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푸른에스앤피다. 야적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2명이 철제 구조물을 지게차로 옮기고 있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작업반장인 김종석(38)씨가 높이 13.5m, 폭 5m짜리 마스트(기둥)의 페인트칠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여기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달려 배의 등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는 김 반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군산조선소에 납품하는 ‘마지막 일감’이어서다. 이달 중순 작업이 끝나면 김씨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다. 최근 1년 사이 김씨의 동료는 46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가동 중단’ 직격탄 맞은 지역경제
협력사 19곳 폐업, 1350여 명 실직
상가 “살길 막막” 상당수 문닫아

지난달 20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조선경기 침체로 수주 물량이 크게 줄어 6월부터 군산조선소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나돌던 ‘폐쇄설’은 현실이 됐다. 군산조선소 사내·외 협력사는 85곳에서 19곳이 폐업해 최근 66곳만 남았다. 인력도 5250명(직영 760명 포함)에서 3899명으로 줄었다. 박종관(59) 푸른에스앤피 대표는 “중소기업청과 은행에서 빌린 돈만 35억원이 남았는데 갚을 여력은 없고 만기는 다가오니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2008년 90억원을 들여 현재 부지(1만㎡)에 공장을 지었다. 현대중공업이 1조4600억원을 투자해 비응도 제2국가산업단지에 군산조선소를 지을 때다. 2010년 완공된 군산조선소는 130만t 규모의 독(dock, 배를 건조·수리하기 위한 시설) 1개가 있다. 상가들도 ‘초상집’ 분위기다. 상점 상당수는 아예 문이 닫혔다. ‘상가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은 건물도 많았다. 분식집을 하는 강봉석(60)씨는 “하청업체가 죽어버리니까 장사하는 우리도 살길이 안 보인다”며 “주방 아주머니를 내보내고 식구끼리 하는데도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원룸촌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빈방을 못 구할 정도로 호시절을 누렸지만 지금은 오식도동 내 원룸 건물 510여 개 가운데 절반이 비어 있다. 군산조선소 설립에 맞춰 관련 학과를 개설한 대학들도 비상이다. 군산대 조선공학과는 올해 졸업 예정자 14명 가운데 조선 관련 기업 취업자가 7명에 그쳤다. 2012년 1회 졸업생 30명이 ‘100% 취업률’을 기록하던 곳이다. 2008년 주야간 정원 200명의 조선융합과를 만든 군장대(전문대)는 2015년 정원을 40명으로 줄였는데도 올해 관련 업체에 15명밖에 들어가지 못했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으면 전북 경제가 무너진다”며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군산조선소는 전북 수출(9조5000억원)의 8.9%(8500억원)를 차지하고, 조선업 종사자(6300여 명)가 군산 전체 산업 근로자(2만6000여 명)의 24%에 달한다. 군산시의회 의원들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서울 평창동 집 앞에서 존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입장엔 아직 변함이 없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의사 결정을 지자체가 ‘이래라저래라’ 하긴 어렵다”며 “기업이 나가는 걸 막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지역경제 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