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때문에 해고된 사람 올들어 166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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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형 조선소에서 설계 업무를 하던 A씨(36)는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최근 퇴사했다. 조선업종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정부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대리급 사원에게도 희망퇴직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등 구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서류를 제출하고 매달 100여만원 안팎의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만 명 많아
서비스업이 139만 명으로 대부분

A씨처럼 고용보험의 피보험자 자격을 상실한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고용보험 가입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피보험 자격 상실자 수는 487만5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만6000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만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 피보험자 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은 퇴사를 했거나 해고를 당했다는 의미다. 이 중 포괄적 의미에서 해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비자발적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 상실자)은 177만1000여 명이었다. 올해 직장을 떠난 사람(653만7000여 명)을 100명으로 본다면 이 중 27명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직장에서 떠나야 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렇게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사람 중에서 84.7%가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 숫자는 모두 166만224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36명 늘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기업이 폐업·도산하거나 ▶명예퇴직 등 인원을 감축했거나 ▶계약 만료·공사 종료로 직장을 잃은 경우, 경기 불황으로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상실했다고 분류했다”며 “이 수치가 증가했다는 건 곧 한국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서비스업에서 심각했다. 불황으로 회사를 떠난 166만여 명 중 139만여 명(83.7%)이 서비스업 종사자였다. 정부가 연중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제조업도 상황은 비슷했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사람 대비 비자발적으로 물러난 사람 비율이 4.7배로, 전 업종 중 가장 비율이 높았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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