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성지도 문학사에 넣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 시문학사는 기독교 시가문학을 포함시켜 새로 쓰여져야 한다는 주장이 문단의 일각에서 일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시인 신규호씨(성결교신학대학교수)는 최근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 2백여년간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쓰여진 4백여편의 성시를 발굴, 이를 집대성한 『한국인의 성시』를 펴내고, 한국 근대사의 전개과정에서 중요한 일조를 담당해온 기독교 문학작품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 유산이므로 마땅히 문학자료로서 한국 시문학사에 포함돼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779년 천주가사인 이벽의 『천주공경가』로 시작된 기독교 시가문학은 19세기말 개신교 전래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실로 무수한 작품들이 창작, 발표되였으며 그 일부는 필사본으로 혹은 신·구교 신문. 잡지를 비롯한 개화기의 각종 간행물에 엄청난 양이 남아 전해지고 있으나 문학 연구가들은 이들을 외면한채 국문학사를 기술해 왔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이 방면의 연구가 소홀했던 이유에 대해 일부 평론가들은 ▲일반적으로 보수성향이 짙은 학자들이 근대에 유입되어온 서구 외래문화에 대한 저항감을 은연중 지니고 있기때문이고 ▲한국의 신·구교는 그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그것이 낳은 문학작품에 대한 연구도 아직 시기상조라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신·구교가 아무리 외래문화에 속한 것일지라도 일단 이 땅에 들어와 정착한 이상 그것이 낳은 모든 문화현상은 당연히 우리의 것이며 ▲신·구교 역사 2백년은 그 시기가 격동하는 일대전환기에 속했던 관계로 과거 수천년 우리 역사 속에서 숨쉬어온 여타 종교 못지않게 근대문화 창조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83년부터 기독교 계통의 대학도서관과 신문사자료실·국립도서관등을 찾아다니며 『협성희회보』 『독립신문』 『활천』 『신학세계』등 구한말부터 1900년초 각종 신문과 잡지등에서 5백여편의 시가를 뽑아 모은 신씨는 그중 시적 성취도가 높은 3백여편과 기독교에 영향받은 현대 대표시인의 시 1백여편을 묶었다.
이번 저서에는 최근 최남선의 『해에서 소년에게』와 함께 최초의 신체시라는 논란이 있는 이승만의『고목가』를 비롯해 김현승·구상·김남조씨등 기독교 시인들의 작품들과 비기독교 시인이면서도 일부 작품 속에서 기독교적인 시세계를 표출시킨바 있는 서정주·김춘수·정한모씨등의 작품을 함께 실어 기독교가 우리 문학사에 끼친 영향이 어떠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신씨는 『지금까지 나온 기독교 시선집들은 거의가 문단의 기성시인 중심으로 엮어졌기 때문에 그 자료가 일부 기독교 시인으로 알려진 몇사람의 것에 국한되었었다는데 그 아쉬움이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문학평론가 정현기씨는 『아직까지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채 소외당해온 기독교 신앙시들을 엄선하어 집대성해 놓음으로써 미개척지로 남아 있었던 이 방면의 연구를 가능케했다』고 지적했다. <양헌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