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한반도에 영향 주는 태풍 늘어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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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한 해 동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가 지금보다 최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등 국제공동연구팀 학회서 발표
21세기 말엔 최대 두 배로 늘어날 수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태풍의 숫자는 줄고 위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번 연구 결과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와 부산대·한국해양대·극지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와 홍콩시립대 등의 공동연구팀은 26일 "2100년경에는 한 해 동안 한반도와 일본으로 향하는 열대저기압(태풍) 숫자가 지금보다 약 4개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늘어날 태풍 가운데 일부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지금보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가 연평균 3.1개로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연구결과는 31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16년 한국기상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 논문은 역학-통계 융합기법을 활용해 미래 온난화된 지구에서 열대저기압의 활동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북대서양에서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전반적으로 열대저기압 활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 학계 연구 결과와 일치했다.

반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풍의 발생구역인 북서태평양에서는 열대저기압 활동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위도로 향하는 열대저기압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태풍의 강도 역시 해수면 온도 상승과 가용 대류 잠재에너지의 증가 등으로 인해 열대저기압의 강도가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북서태평양에서 열대저기압 발생이 증가하는 것은 '웜풀(warm pool)'이라는 띠뜻한 해역의 수온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온이 상승하면 더 크고 강한 대류현상이 나타나면서 태풍과 같은 열대저기압이 발생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태풍이 한반도로 향하는 길목에서 저기압성 회전이 강화되고, 연직 윈드시어(wind shear)가 약해지는 등 상대적으로 고위도에서도 태풍이 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 형성된 것도 한몫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직 윈드시어는 상하 고도에 따른 바람의 세기와 방향 차이를 말한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와 박두선 박사 등 연구팀은 "지구온난화와 태풍 활동의 관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지만, 더 많은 열대저기압이 더 강하게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살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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