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수석 2차 방문에서 단식 이어가는 이정현, 고향 부모도 식사 제대로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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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2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이틀 만에 다시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문제삼으며 이날까지 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김 수석은 누워 있는 이 대표의 손을 잡고 “자칫하면 정말 사고 난다. 준비를 하고 시작한 단식도 아닌데 급격히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며 업무에 복귀할 것을 호소했다. 이 대표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김 수석은 목소리를 높여 “고집 피우지 말고 좀 (단식 그만 두라)”이라고 말했지만 마찬가지였다.

10분간의 면담을 마친 김 수석은 이 대표의 단식과 국정감사 불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당의 결정과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국정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여러모로 걱정이 많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이날 이 대표의 혈당 수치는 정상 수준(70~100mg/dl)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계속된 단식으로 혈당 수치가 60mg/dl 이하로 내려가면 쇼크 발생이 매우 우려된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의 아버지인 이재주(86) 옹과 어머니 장귀옥(82) 여사는 고향인 전남 곡성에서 제때 식사를 못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염 대변인은 전했다. 염 대변인은 “구순이 돼가는 부모가 ‘본인이 안고 가겠다’고 하시며 사실상 곡기를 끊을 정도로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현재로선 ‘동료의원들이 단식을 말리고 있다’는 걸 전하는 선에서 안심시켜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선 이 대표를 병원으로 강제 후송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수석도 조원진 최고위원 등에게 “강제로라도 병원에 옮기세요”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대표 본인 의사 없이는 입원시킬 수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이 대표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는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은 “몸에 힘은 없지만 자기 의식은 또렷한 상황이어서 의사가 직권으로 거처를 옮기게 할 수 없다”며 “앞으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링거 투약으로 응급 처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소금물을 마시며 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박 의원은 “설탕을 함께 섞은 물을 마시면 좀 더 체력을 유지하기가 수월한데, 이 대표가 이를 아는지 일부러 설탕은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현재 동료 의원의 방문 때마다 “정세균씨가 사퇴하지 않으면 차라리 내가 죽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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