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 치약' 안 먹어도 폐에 악영향 미칠 수 있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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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화학물질(CMIT·MIT)이 치약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식약처 등은 먹는 것과 숨쉬는 '길'이 다르고, 호흡기와 달리 소화기에는 이 물질 흡수량이나 인체에 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입 속 물질이 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폐 세균 코, 소화관 보다 입 속 세균 닮아

2000년대 후반 까지만 해도 폐에는 세균이 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자들은 폐나 '공기 통로'인 기관지의 점액과 섬모, 면역계의 작용으로 폐는 무균 상태를 유지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2010년 들면서 폐에도 세균이 산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기 시작했다. 일산 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병원장은 "건강한 사람의 몸에 사는 프로테오박테리아, 피르미쿠테스, 박테로이데테스 등이 폐에도 산다.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헤모니필루스나 나이세리아 등도 적게나마 존재한다"면서 "이런 사실은 최근 알려지기 시작했고, 폐 미생물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면 폐렴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폐질환이 발생하거나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폐에 세균이 들어오는 가장 유력한 통로는 다름 아닌 입이다. 김혜성 병원장은 "폐의 세균분포는 코나 위, 장 같은 소화관과는 다르다. 입(구강)과 가장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 입 속에 사는 베일로넬라, 프레보텔라 등 미생물 종은 폐에도 서식한다. 반면 코에 사는 미생물은 폐보다 피부의 그것과 분포가 비슷하고, 위나 장에서 사는 미생물은 대부분 강한 산성에서 살아남는 것으로, 역시 폐의 미생물과는 차이가 있다.

감기나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서도 구강 위생이 강조된다. 이를 뒷받침 하는 연구가 2002년 일본에서 진행됐다. 요양시설 거주 노인 400명을 대상으로 구강 위생 관리와 폐렴 발병률을 비교했더니, 구강 청결상태를 유지한 쪽은 폐렴 발병률이 9%, 그렇지 않은 쪽은 19%로 절반 이하였다. 또, 폐렴에 걸렸어도 구강 위생을 실천한 쪽은 그렇지 않은 쪽 보다 사망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입 점막의 이물질 곧장 폐로 들어갈 수 있어

입은 음식과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다. 이 경로는 각각 다르다.코와 입은 입 바로 뒤쪽에서 하나로 합쳐졌다가 밑에서 다시 갈라진다. 음식은 뒤쪽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고, 공기는 앞 쪽 기관을 통해 폐로 향한다. 이 공간을 인두라고 부른다.

이런 각각의 과정을 '교통정리' 해주는 기관이 바로 후두덮개(후두개)다. 음식을 삼키면 후두덮개가 기도를 막아 음식물이 식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인간이 숨을 쉴때는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음식을 삼킬때는 숨이 멈추는 이유다.

그러나 이 후두덮개가 있어도, 소량의 음식물이나 침, 인두 점액은 기도를 통해 폐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이를 미세흡인이라고 한다. 미세흡인은 구강의 세균이 어떻게 폐에서 발견되는지를 설명한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역시 꼭 호흡기를 통하지 않더라도 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고령자나 뇌질환자,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이런 위험성이 더 크다. 이들은 침이나 음식물 등 입 속 이물질이 기도로 흡입돼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흡인성 폐렴 위험성도 더 높다.

서울지역 한 호흡기 내과 전문의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연기로 들이마셨을 때 문제를 일으킨다. 이 물질이 입 속에서 폐로 들어갈 때 어떤 문제을 일으키는 지에 대한 자료는 없다"면서도 "건강한 사람은 방어기능으로 문제가 크지 않지만, 연하장애을 앓는 경우에는 치약 성분이 폐로 바로 들어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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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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