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선택권 되찾자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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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허남진 특파원】방미 5일째를 맞은 신민당의 이민우 총재일행은 16일(현지시간) 「게리·하트」상원의원·「스마트」상무성차관·「아미티지」국방성차관보 등을 방문, 한국의 민주발전 및 한미무역마찰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워싱턴에서의 3일간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해설 3면>
이 총재는 「아미티지」차관보를 만나 『한국에서는 군이 정치에 개입, 25년간이나 통치했으며 앞으로도 국민의사와 관계없는 정권이 들어섬으로써 민주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고 지적, 『한국에서의 군사작전권을 가지고있는 미국이 군의 정치개입이 다시는 없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의 민주화 노력은 빼앗긴 정부선택권을 되찾자는 것이며 그것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적 합의로 나타났으나 현정권은 지난 1년간 이를 외면해 왔다』고 말하고 『미국 조야는 일반민주국가에서의 양보와 협상이라는 원칙에서 타협을 종용하고 있으나 우리 현실에서는 직선제개헌 아닌 쪽으로의 타협은 국민의사와 정반대 되는 굴종이므로 타협할 수도 없고, 국민이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미티지」차관보는 『미국은 어느 정권이나 정당·정파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한국인을 지지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말하고 『직선제와 간선제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이냐는 한국민 스스로가 선택할 일이며, 미국이 간여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슐츠」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신민당이 추진중인 질서정연한 운동은 북의 위협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민주화운동과정에서 폭력·과격화하면 이것을 북한이 오판, 위험한 일을 저지를까 우려된다』면서 『우리의 정보에 의하면 북은 한국의 올림픽유치 이후 휴전선근방에 군대를 증강, 배치한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우리도 북의 오판을 우려해 경계심을 높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군이 우수하다』는 「슐츠」장관의 발언과 관련, 『이를 군사정부의 지지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단순히 국방성 차원의 한국군의 효율성에 대한 해석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진정한 안보는 정치적 안정에서 오며 그것은 정치적 민주화를 통해 이룩할 수 있다』는 이기택 부총재의 발언에 대해 동의의 뜻을 표하고 『그러나 미국이 한국을 중요시하는 것은 군사적 목적보다 양국 국민간의 신뢰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민당이 한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줄은 알고있으나 한국민 전체를 대변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신민당으로선 학생들의 극렬한 주장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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