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 참석해 주세요”로 시작해 "야 임마 너 그만해!"로 끝난 국민의당 의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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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창당 이후 가장 낮은 당 지지도(한국갤럽 조사 8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33%, 더불어민주당 24%, 국민의당 10%)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 23일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오전 8시 30분 회의장에 들어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빈 자리를 보고 “성원이 되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회의는 예정시간보다 5분 늦은 8시 35분에 소속 의원 38명 중 20명이 참석해 가까스로 시작했다.

“회의에 참석해 주세요”로 시작해
“야 임마~ 그만해!”, “원맨쇼 그만 하라”로 끝난 23일 국민의당 의원총회
의원총회장에서 감정 폭발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황주홍 의원

박 위원장은 모두 발언 말미에 “앞으로 중진의원들이 의총에 참석해줘야 한다. (대표 사퇴후 자숙의 기간을 갖고 있는) 안철수, 천정배 전 대표도 앞으로는 꼭 좀 의총에 참석해 달라는 걸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 이렇게 참석하지 않으면 우리당의 왜소함을 국민 앞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참여해서 함께 중지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 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의총에서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ㆍ보성ㆍ장흥ㆍ강진군)은 내년 대선과 관련해 ‘제3지대론’을 들고 나왔다.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의원은 “현재 우리 당 상황으로는 외부인사 영입이 가능하지 않다. ‘제3지대’에서 만나는 것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제3지대론’은 국민의당이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새누리당의 ‘친박’, 더민주의 ‘친문’ 진영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당 밖에서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 상황에서 국민의당이라는 ‘둥지’ 안으로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유력 대선주자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는 박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황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박 위원장은 “우리 당 만큼 의총을 정례화해 자유토론을 보장하는 당이 없다”며 “황 의원은 농해수위 간사이니 원내정책회의에 나와야 하는데 회의는 안 나오고 (‘제3지대론’) 논의를 꺼려 한다고 하면 굉장히 곤란하다”고 응수했다. 박 위원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정부 여당에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당내에다 총을 쏘면 어떡하냐. 더불어민주당이 통합하자는 건 국민의당을 소멸시키는 것”이라며 “지금은 당에 내실을 기하고 튼튼하게 단합해야 하는데 자꾸 위기로만 받아들이면 안 된다. 총선 당시 우리 당 지지율은 6% 였다. (황의원은) 지금 어떻게 하자는 건가. 통합하자는 건가?”라고 몰아붙였다. 그동안 의총이 열릴 때마다 박의원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임해서는 안 된다며 ‘박지원 저격수’ 역할을 해온 황 의원이 또다시 반기를 들자 결국 폭발하고 만 것이다.

황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급기야 “원내대표, (그런 주장) 그만 하세요!”라고 의총장 밖에까지 들릴 정도로 고함을 질렀고 박 위원장은 “황 의원과 5년간 같이 했는데 내부에 분란만 일으키고 총질을 한다”고 맞대응했다. 황 의원은 “선배님의 낡은 정치 때문에 당이 이렇게 됐으니 원맨쇼 그만 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두 의원의 설전을 지켜본 동료 의원들은 “지겹다”, “그만 하라”며 황 의원을 만류했고 급기야 감정이 격해진 박 위원장은 “야 임마, 너 그만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상황이 어색하게 돌아가자 박 위원장은 “죄송합니다. 그만 끝내겠습니다”라며 의총장을 박차고 나갔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토론이 활성화되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브리핑했다.

차세현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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