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대 탈세,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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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 오너 일가의 6000억원대 탈세는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롯데 정책본부가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롯데 정책본부 자료서 확보
“서미경 모녀와 신영자 이사장에게
홀딩스 지분 3.1%씩 증여 때 탈세”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5일 “신 총괄회장이 2005~2010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 모녀에게 3.1%,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3.1%를 증여하는 과정에서 탈세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법률자문을 맡은 A법무법인으로부터 압수한 자료 등을 분석해 이런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과 서씨 모녀, 신영자씨는 지분 이전 과정에서 양도세나 증여세 등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현재 윤곽이 드러난 탈세 규모는 6000억원대로 지금껏 적발된 재벌가의 증여·양도세 탈루 사례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오너가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홍콩·싱가포르 등지에 개설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4곳 이상을 지분 거래 과정에 동원했다”며 “이런 식으로 증여 받은 주식의 가치가 총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식을 팔고 사는 외관을 갖췄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억원대 주식 지분을 액면가액인 수억원에 사고파는 편법을 썼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등이 탈세 등 부당한 방법으로 이전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을 소환 조사키로 했다. 탈루세액에 대한 추징보전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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