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낸드플래시 늑장 투자…하이닉스 우울한 2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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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SK하이닉스가 최근 3년여만에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 지난해보다 67% 급감
새 휴대폰 나오는 3분기 실적 기대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4529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2013년 1분기에 영업이익 3170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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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같은 기간(1조3754억원)과 비교해도 3분의 1 토막이 났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19% 줄어들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4년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1조원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최근 3분기째 가파른 미끄럼틀을 탔다.

반도체 사업 전반에 드리운 먹구름을 피해가지 못한 게 큰 원인이다. 경기 불황으로 주력 제품인 D램의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락했다. D램은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게 목적인 메모리 반도체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스마트TV 등에 주로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서 세계 2위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75% 정도가 D램에서 나온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최근 노트북·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시장이 얼어붙었다는데 있다. D램 가격도 뚝뚝 떨어졌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3 4Gb 1600㎒) 가격은 2014년 10월 32.75달러에서 올해 6월 12.5달러로 62% 하락했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2분기 후반으로 접어들며 D램 가격이 다소 회복했지만, 그동안 하락폭이 너무 커 충격을 줄이지 못했다”며 “3분기엔 D램 시장 전망이 밝아지는 만큼 다소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회사의 진짜 고민은 따로 있다. 바로 저장용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다. D램 시장에선 확고한 세계 2위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세계 점유율이 12%(지난해 말 기준)에 불과한 5위다.

특히 차세대 시장인 3차원(3D) 낸드플래시 기술에서 경쟁업체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양산을 시작한 48단 3D 낸드플래시를 아직 양산하지 못한 것이 SK하이닉스의 숙제”라며 “회사 측 목표대로 올 연말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3D 낸드플래시는 기억저장 단위인 셀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기술이다. 반도체 칩 하나에 셀을 48단으로 쌓아올린 48단 낸드플래시가 업계의 최신 기술이다. 2D 낸드플래시에 비해 작은 부피에 많은 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데다, 전력 소모가 적고 저장 속도가 빨라 노트북과 스마트폰 메모리용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2003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2011년 SK그룹에 인수되기까지 투자자금 부족으로 기술 우위가 있는 D램에만 투자를 집중한 것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를 불렀다”고 돌아봤다.

회사 측은 3분기엔 실적이 반등할 거라고 자신했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해 모바일 D램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고, PC용 D램의 공급 과잉 문제도 다소 풀릴 거란 기대다.

SK하이닉스 측은 “스마트폰이 갈수록 고용량화하고 노트북 메모리 시장에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의 비중이 커지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커질 걸로 예상된다”며 “4분기부터 48단 3D 낸드플래시에 집중 투자해 생산 능력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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