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발표 14분 전 돌연 취소·번복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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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사드 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13일, 국방부는 하루 종일 혼선을 거듭했다. 국제적 이슈가 된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국방부는 부지 발표를 예고한 뒤 발표 직전 이를 취소했다. 그랬던 국방부는 발표 취소를 다시 취소해 원점으로 돌려놨다. 공식 발표장에선 “국제적 관심거리인 사드 발표를 이런 식으로 하느냐”는 기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군 “주민들 항의차 국방부 오는데
발표가 부적절하단 의견 있어 혼선”

국방부는 당초 오후 3시 사드 부지를 공식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발표 14분 전 국방부는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발송했다. “오늘 15시에 발표하기로 돼 있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발표’는 취소됐다. 이와 관련해 국방정책실장이 기자실에서 설명할 것이다 ”는 내용이었다. 이어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발표를 취소한다. 국방정책실장이 15시에 설명할 테니 7분만 기다려 달라”는 방송도 했다.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상황이 2분간 계속됐고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혼선이 있었는데 예정대로 (발표를) 한다. 죄송하다”고 번복했다.

발표자인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은 예정됐던 오후 3시 정각 브리핑룸에서 2분간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읽은 뒤 자리를 옮겨 혼선을 일으킨 이유를 설명했다.

류 실장은 “성주에서 군수님과 주민 대표분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오후 4시쯤 도착하는데 주민들이 (서울로) 오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하게 되면 예의나 이런 면에서 송구스럽지 않으냐는 의견들이 있어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항의차 국방부를 향해 이동 중인 시점에 발표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였다.

앞서 국방부는 오전에도 황인무 국방부 차관의 성주 방문계획을 공지했다가 취소했다. 성주 주민들이 서울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부지 선정 결과를 갑자기 발표하는 바람에 성주군 관계자들과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류 실장은 이날 성주를 부지로 선정하는 경과를 설명하며 “경기도 평택이나 경북 칠곡, 강원도 원주 등 그동안 언론에 나왔던 후보지들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다른 10여 곳을 대상으로 살펴봤고 군사적 효용성이나 환경 등을 평가한 결과 성주가 가장 적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당국이 검토한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용수·현일훈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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