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여인의숙명의 대결|비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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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 2월7일의 조기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필리핀정국에 대조적인 두 여성-「마르코스」대통령부인 「이멜다」여사와 야당지도자 「아키노」의 미망인 「코라손」여사-간의 숙명적인 대결의 막이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코라손」 여사는 야당의 대통령후보로, 「이멜다」여사는 어쩌면 여당의 부통령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여 이 두 여걸의 싸움은 필리핀 민주화작업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까지 등장했다. 이들 두 여성의 면모를 대조해본다.

<이멜다여사(54)>
피아노회사외판사원으로 출발, 미스 필리핀에 뽑힐 정도의 미모로 퍼스트 레이디의 자리까지 올라 지금은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갖고있다. 자신의 운영을 스스로 개척하는 적극적인 스타일.
정치경력이나 유명도에 있어서 「코라손」여사보다 월등하다. 현재 주택환경상·마닐라수도권지사·국회의원·집권신사회운동당(KBL)간부·국가최고평의회위원등 주요공직을 두루 맡고 있으며 각료중에서는 수상·부수상 다음인 3인자다. 「철나비」라는 별명답게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펴고 있다.
또 30개 국영기업체의 회장으로 있으면서 수십억달러로 추정되는 「마르코스」일가의 재산을 국내외에서 부동산 골동품등에 투자·관리하는 역할도 훌륭히(?)해내고 있다.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세계각국을 돌며 특유의 미소를 무기로 정상들과 외교활동을 펴온 역량도 갖추고 있다.
그녀는 최근 조기선거 발표가 있기 전 미국의 내정간섭이 심해지자 소련으로 달려가 「그로미코」최고회의간부회의장을 만나 양국간의 경제관계를 강화하는데 합의를 보는등 미국을 견제하는 일도 과감히 해냈다.
이렇듯 다양한 정치적 경험과 감각을 갖춘 「이멜다」여사는 「코라손」여사의 대통령출마발표에 대해 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다.
그녀는 『「코라손」 이 대통령이 되면 필리핀정국은 3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릴것』 이라고 주장했다. 「마르코스」일가는 현재 외아들 「페르디난드」2세(28)가 일로코스 노트르주 주지사, 맏딸인 「이메」(29)는 1천만명의 회원을 가진 전국청년단회장이자 필리핀실험영화연맹사무총장, 막내딸「이레네」(25)는 마닐라 부동산부호의 며느리다.
이밖에 주미대사는 「이멜다」여사의 숙부, 「라모스」군참모차장은 「마르코스」대통령의 6촌, 필리핀 최대재벌그룹의 총수는 사촌 동서다.
「마르코스」대통령의 건강상태및 「이멜다」여사가 해온 그동안의 역할로 봐서 「이멜다」여사가 이번 선거를 총지휘하게 될것은 자명하다.

<코라손여사(52)>
필리핀북부의 지주가문인 「코주앙코」가의 딸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 불문학및 수학학사학위를 취득한 학구적인 여성이다. 지난54년 「아키노」와 결혼해 새로운 운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로 분재가 취미인 1남4녀의 어머니다.
「코라손」여사의 공식적인 정치경력은 없다. 그러나 그녀는 『「아키노」가 7년동안 감옥살이를 하면서, 그리고 미국에 3년동안 망명생활을 같이 하면서 정치를 배웠다』고 술회했다.
「이멜다」 여사가 정치일선에서 자신의 경험을 쌓아 갈때 「 코라손」여사는 「아키노」라는 우수한 선생으로부터 정치를 배운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정치수업과 함께 인내심과 강인함도 갖추고 있다. 83년8월23일 마닐라공항에서 「아키노」가 피살된 다음날 「아키노」의 절친한 친구인 일본의 한 국회의원이 전화를 걸어 위로를 했다. 그때 그녀는 『물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슬퍼하지는 않겠다. 이미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 감정의 동요를 나타내지 않은 강인함을 보여 줬다.
「아키노」피살이후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한 그녀의 정치적 부상과 함께 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힘이 되고있는 것은 그녀에 대한 국민들의 동정과 열광적인 지지다. 그녀의 후보추대를 위한 1백만명 서명운동이 두달도 채 못돼 목표를 달성했으며 선거 보이코트를 주장해온 공산주의노선 반정부단체도 「코라손」이라면 적극참여해 밀어주겠다고 밝히고있다.
그녀는 20년 독재에 염증을 느낀 노동자·농민·국민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가톨릭신자등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녀는 또 부유한 그녀의 친척들로부터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상당한 정치자금도 동원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지주재벌가문인 「코주앙코」가는 돈많고 영향력 있는 친척들이 수두룩하다. 「코라손」 여사의 한 조카는 현재 국회의원이며 또 다른 여조카는 세계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여자중의하나로 알려져 있다. 또 돌연변이성 조카 「에두아르도」는 「마르코스」의 측근으로 미구엘사라는 최대의 식품음료회사를 가지고 있으며 「마르코스」 의 러닝메이트 후보에까지 오를 정도.
필리핀 국민들은 「코라손」여사를 상류계급 출신의 귀족적인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녀에게서 정치인의 모습을 보기보다는 「마하트마간디」 같은 「이상」 을 보고있는 것이다. <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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