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33회 생일맞은 최장수 김진화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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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 최장수 김진화할머니 (성수2가2동36의355)가 23일로 1백33번째 생일을 맞았다.
주민등록번호 520923∼0018914. 1852년이면 철종3년 태생. 『생일을 잊은지 오래됐어. 몇살인지도 모르겠고…. 오래살면 이빨이 다시 나고 머리카락도 다시 검어진다고하는데 모두 헛소리여』치아도 하나없이 다 빠지고 머리카락은 백발, 얼굴에는 검버섯이 수없이 돋아나 있지만 말만은 또박또박 한다.
김할머니도 이산가족. 함남 영흥에서 태어나 평강으로 이사해 아들 다섯을 두고 살다가 6·25가 나면서 원주로 피난한뒤 그대로 남쪽에 눌러 살게 됐다.
『지금쯤 아들들은 모두 죽었을거여. 옛날엔 문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나도 아들이 오는 소리인줄 알고 뛰쳐나가기도 했는데….』
해방직후 무슨 사연인지 아들들은 놔둔채 다섯살 먹은 시조카 이현옥씨 (45·간이식당경영)만 데리고 고향을 떠나 지금까지 이씨집에서 살고 있다.
김할머니는 지팡이에 의지해야만 걸을수 있지만 허리는 아직도 꼿꼿하다.
온갖 시중을 드는 조카며느리 우순영씨(42)는 『할머니가 뭐든지 잘 드셔서 별 어려움이 없지요. 특히 과일을 좋아하시는데 못살다보니 충분히 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가슴아플 따름』이라고 했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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