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에 "현장"이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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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로그램이 성공적이려면 시청자의 인정이 있어야 한다. 시청자들은 방영내용이 프로의 성격에 맞고 현장감과 함께 감동을 주는 TV프로를 원한다.
교양기획프로에서도 현장감은 매우 중요하다. TV화면에서의 현장감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어필되느냐를지난달 26일밤의 두 프로가 잘 보여주었다.
이날 MBC-TV의 『현장85 여기』는 이례적으로 「특별대담, 신두영 전감사원장과 함께」를 내보냈다. 전직 공직자와 함께 공무원의 자세와 그의 삶의 철학에 대해 한시간여동안 대화를 나누었으나 아무래도 현장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지난 7월15일부터 선보인 『현장…』은 전국의 풍물 및 유적지와 나날이 변모해가는 국토의 현장을 현장르포로 생생하게 소개하겠다며 프로이름에까지 「현장」을 붙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한 인물과의 대담을 계속 보여주면서 스스로 현장감을 없애는 동시에 프로의 성격마저 모호하게 하고 있는데, 더이상 삐뚜로 가기전에 바로 잡아야 하겠다.
반면 이날 밤 11시30분 KBS 제1TV가 방영한 현장르포 『가뭄과 죽음의 현장, 이디오피아』는 그 생생한 현장감으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프리카 난민들의 기아의 실상을 충격과 함께 바로 이웃의 아픔으로 느낄수 있게 했다.
3일은 제22회 방송의 날이고, 이번주는 방송주간이다. 따라서 방송인들은 한번쯤 시청자들편에 서서 오늘의 방송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체제 5년째-. 그러나 오늘날 방송이 사회봉사와 책임의 주요한 기준들을 왜곡시키거나 수준을 저하시키고 기술의 향상이나 영향력의 증대에 비해 그 질이 못미친다는 비판도 많다.
시청자들은 앞으로의 방송이 좀더 용감하고 생기가 넘치며 정직·성실하고 독립적이며 신뢰할만한 존재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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