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방첩책임자 동독에 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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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원상특파원】서독 방첩기관인 헌법보호청(BFV)의 고위간부인「한스·요아힘·티트게」(48)가 동독으로 탈출, 정치적 망명을 요청함으로써 서독정계는 기민·자민 연립내각의 개편을 가져올지도 모를 서독정부수립 이래 최대의 간첩스캔들에 휘말리고 있다.
연방헌법보호청에서 서독 안의 동독간첩색출 담당책임자로 있던「티트게」는 19일 갑자기 행방불명 됐다가 동독통신이 그의 동독 망명신청사실을 23일 보도함으로써 소재가 밝혀졌다.
서독의 빌트지는「티트게」가 동독에서 활약중인 서독정보원 명단과 활동상황을 상세히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보도했으며 본의 한 신문은 그가 서독정보원 1백60명의 명단을 동독으로 가져갔다고 보도했다.
「티트게」의 망명은 그가 19년 동안 헌법보호청에서 근무했고 주요 비밀을 많이 알고있기 때문에 서독의 정보활동은 물론 서독과 정보교환을 해온 서방동맹국들의 정보기관에도 큰 피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의 동 베를린망명사건은 간첩혐의로 내사를 받다가 지난6일 자취를 감춘「마르틴·방게만」경제상 겸 자민당(FDP)당수의 개인여비서「소니아·뤼네부르크」(60)의 행방불명사건을 포함, 지난3주 동안 연속적으로 발생한 간첩혐의자 3명의 증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974년「브란트」수상의 사임을 가져온 그의 보좌관「귄터·기욤」의 스파이 사건이래 최대의 간첩 사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게만」경제상의 여비서「뤼네부르크」는 12년 동안 그의 개인비서로 일하다 짐도 챙기지 못한 채 황급히 종적을 감췄다.
「뤼네부르크」와 함께 자취를 감춘 난민연맹의「리히」는 방첩기관으로부터「뤼네부르크」의 연락 책 혐의 내사를 받던 중 본에서 사라졌다.
이 연맹은 현재 1천l백만 명에 달하는 구독일 영토출신자들의 각종 단체를 총괄하는 기구로 자민당과 연정을 펴고있는「헬무트·콜」수상의 기민당 소속 정치인 상당수가 회원으로 있다.
「리히터」의 행방불명 이틀 후에는 그녀의 친구이며 국방성 하급관리인「로렌츠·B」라는 남자도 홀연히 사라졌다. 현재 이들은 모두 동독에 가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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