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손길승 회장이 카페 여 종업원 뒤에서 껴안는 장면 CCTV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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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 SKT 명예회장. 신동연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손길승(75) SK텔레콤 명예회장이 카페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이 확보한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손 회장이 여종업원에게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고 뒤에서 껴안는 모습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3일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갤러리 카페 VIP룸에서 함께 와인을 마시던 여성 종업원 A씨의 가슴과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지난 23일 이 카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CCTV영상에는 손 회장이 카페 사장인 조모(71ㆍ여)씨와 당일 오후 8시쯤 VIP룸에 들어선 이후 상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카페는 낮에는 밥과 차를 팔고 저녁에는 와인 등 주류를 파는 곳이다. 손 회장은 A씨가 방에 들어오자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듯 자신의 어깨를 쳤다. 이후 A씨가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하자 손 회장은 왼손으로 A씨의 허벅지를 스치듯이 만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손 회장의 행동에 놀라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사장의 손에 이끌려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오후 8시 20분쯤 자리에서 일어나 A씨를 뒤에서 껴안고 가슴 근처에 손을 올린 뒤 VIP룸을 나섰다고 한다. 손 회장은 당시 약간의 취기가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A씨는 지난 16일 손 회장과 조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해당 카페도 그만뒀다고 한다.

경찰은 24일 밤 손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카페 사장인 조씨도 강제추행방조혐의로 입건했다. 경찰관계자는 “행위 장면만 놓고 봤을 때는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정도”라며 “손 명예회장이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지는) 더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손 명예회장의 객관적인 행위 장면을 확보한 만큼 조씨를 공범 또는 방조범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도 법률적인 검토를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명예회장 측은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다”며 “당사자에게 충분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카페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람이 새로 개업한 곳이라 인사차 들러 10여 분간 머물러 있었다”며 “주인이 오랜 지인이어서 (장사를 잘하라고) 격려해 주며 카페를 나섰다”고 밝혔다.

손 명예회장과 A씨 사이에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합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성범죄는 친고죄(親告罪)가 아니기 때문에 혐의가 입증되면 손 명예회장은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손 명예회장은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장과 SK그룹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채승기ㆍ서준석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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