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예술공연단의 선전극에 더 관심|남북적 실무회담과 평양 속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교환방문추진을 논의키 위해 15일 판문점에서 첫실무접촉을 가진 양측은 규모와 방문지 및 방문방법 등에 대해서는 타결점을 찾지 못했으나 일단 9월중에 실시하자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봄으로써 첫접촉으로서는 순조로운 출발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의 교환방문추진은 지난 5월의 제8차 남북적십자 본 회담과 이어 있은 두차례의 실무대표자간의 회담 끝에 합의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칙과 입장의 확인에 불과한 것이었지 그 규모나 실시시기 및 방법 등 구체적 실천방안에 있어서는 낙관만은 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였는데 이번 실무접촉에서 「실시」 자체에 대한 일말의 우려는 상당히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실무접촉에서는 양측이 △방문단의 명칭·구성·규모 △교환방법 △방문시기 방법 및 방문지와 방문방법 등 교환방문에 따른 여러 가지 안을 제시했으나 논의의 초점은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의 규모 및 방문시기 △고향방문단의 방문지와 방문방법이었다.
우리측은 시기에 대해 9월20일부터 26일까지 6박7일간을, 북힌측은 9월5일부터 15일사이에 3박4일간을 각각 제시했다.
우리측이 실시시기를 9월20일부터로 선정한 것은 △예술공연을 하려면 최소 한달 전에는 사전답사를 해야하고 △8월27일부터는 제9차 적십자본회담이 열리고 △추석(9월29일)을 앞두고 실시하는 것이 분위기에도 어울리는 면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북측은 『8·15전후해 한다면서』라고 운을 뗀뒤 시기는 특별히 정하지 않은 듯 일단 9월중에 하자고 했다.
이에 우리측이 『9월 며칠부터 하겠느냐』고 하자 그들의 정권수립기념일인 9월9일을 의식한 듯 9월5일부터 15일 사이에 3박4일간 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이러한 북측의 태도는 교환방문을 하기는 하되 이를 통해 가능한한 선전에 이용하겠다는 일면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측은 또 고향방문단의 방문지와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규모에 대해서도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들은 고향방문단의 방문지를 서울과 평양으로 국한시키자고 주장했는데 이는 그들이 늘 주장해온 「자유왕래원칙」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지난 서울 적십자본회담때도 자유왕래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해온 그들이 고향방문을 회피하는 것은 고향방문보다는 예술공연단을 통해 선전전에 관심이 쏠려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예술공연단의 규모를 고향방문단과 동수로 하자고 주장한 것은 하나의 「고리」를 던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측이 고향방문단의 규모를 지난 서울 적십자본회담때 그들이 제의한 예술공연단의 규모인 1백명선보다는 많이 책정할 것이라고 예상, 상호주의에 따른다며 동수원칙을 들고 나옴으로써 예술공연단의 규모를 늘려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게다가 북한측은 예술공연을 할 때 상대측 공연지역에 옥외선전 게시문을 부착하자고까지 주장했다.
이는 남북적십자회담의 기본목적이 이산가족의 고통해소에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남북대화를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저의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날 실무접촉에서 북한측은 이산가족간의 상봉을 위한 고향방문단보다는 예술공연단을 통한 선전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북한측은 자체내의 권력이양과 경제적 사정 등 내부적 필요성 때문에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과 예술공연에 대한 김정일의 「특별한 관심」 등으로 인해 이번 교환방문은 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안희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