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 기자의 '술맛 나는 금요일'] 요즘 뜨는 버번 위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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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일대는 요즘 부흥기를 맞이했습니다. 경리단길, 한남오거리, 해방촌에 이어 순천향대병원이 있는 대사관로도 요즘 북적북적합니다.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가 하는 동명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서래마을 ‘앙티브’의 조성범 셰프가 시작한 페루 세비체 레스토랑 ‘티그레 세비체리아’, 해산물이 싱싱한 ‘제주식당’부터 곰탕 파는 ‘나주집’까지 지역별 맛집이 포진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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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초 문을 연 ‘버번스트릿’도 같은 골목에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영국 스코틀랜드 위스키 말고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옥수수와 호밀로 만드는 버번 위스키를 더 많이 팝니다. 몰트(맥아)로 만드는 몰트위스키보다 좀 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지요.

높고 웅장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버번스트릿 문을 열고 들어서면 패션 매거진에서 빠져나온 듯한 멋진 바텐더가 버번에 대한 얘기부터 들려줍니다. 버번으로 유명한 버번 카운티가 있는 켄터키 주는 미국 독립전쟁 때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도움을 받아 독립한 지역입니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동네 사람들은 마을 이름을 부르봉의 영어식 발음인 ‘버번’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버번스트릿에는 ‘짐빔’이나 ‘시그램’ 같은 기본 버번 말고도 ‘부커스’나 ‘메이커스 마크’, ‘놉 크릭’ 같은 질 좋은 위스키 리스트가 많습니다. 레이블도 근사해서 서부 영화 소품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싱글 몰트위스키가 품위 있는 신사의 술이라면 버번에는 셔츠 소매를 대충 접어 올리고 단추를 풀고 남자답게 마시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술입니다.

이 술맛을 극대화시켜주는 게 바로 ‘구운’ 음식입니다. 훈연한 베이컨, 소스를 발라 가며 연기에 오래 익힌 바비큐, 그릴에 살짝 구운 복숭아가 버번과 잘 어울립니다.

애주가들 사이에는 “버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범죄”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거실에 앉아 미국의 클래식한 서부 영화 한 편 보면서 버번을 마시는 불금 어떠세요. 오늘 같은 ‘13일의 금요일 밤’ 보내는 방법으로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강남통신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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