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찾아 바다 건너는 은행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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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국내 은행권이 앞다퉈 해외 시장으로 금융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이란·인도·베트남 등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신한은행은 최근 인도 중앙은행으로부터 아메다바드와 랑가레디 영업점 2곳에 대한 신규 인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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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금융당국은 외국계 은행에 대한 지점 설립 인가를 연 10개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한 은행에 한꺼번에 2개를 인가해 준 일은 드문 일이다. 올해 안에 신규 지점2곳이 문을 열게 되면 신한은행은 인도 내 총 6곳의 점포를 보유하게 된다.

이란·인도 등 신흥국서 영토 확장
우리은행 올 해외점포 300곳 목표
하나·국민도 시장 개척에 팔 걷어

우리은행도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김홍주 우리은행 글로벌채널팀장은 “올해 말까지 해외 점포 수를 300곳으로 늘리고 2020년까지 500곳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은행은 2일 국내은행 최초로 이란 사무소를 열었다. 올해 상반기 내에 필리핀 저축은행 인수도 마무리한다.

24개국 131개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올해 안에 9곳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멕시코와 인도 구르가온 지점 등 성장 지역에 우선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인도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금융) 사업을 하고 필리핀에선 저축은행 설립을 검토하는 등 수익 구조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지난 1일 이란 중앙은행과 멜리뱅크를 방문해 유로화 대금결제 서비스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KB국민은행도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를 올해 안에 지점으로 격상하고, 인도 뭄바이에 있던 사무소를 구루가온으로 옮겨 지점으로 개편한다. 은행권이 이처럼 신흥 시장으로 활발하게 진출하는 이유는 국내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경쟁자까지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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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진출이 활발해 지는 시점보다 앞서 시장을 개척하고 터를 닦아 놓아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해외법인이나 사무소에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5억7210만 달러로 은행권 전체 당기순이익의 19.3%를 차지했다. 이젠 해외에서 얻는 이익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의 경우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해외 사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0.5%까지 늘어났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최근 “2020년까지 글로벌 당기순이익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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