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갖춘 외교|중공의 사과각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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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어뢰정표류사건과 중공군함의 한국영해침범사실이 외교채널이 없는 양국의 직접교섭끝에 4일만에 원만히 타결됐다.
우리측이 중공의 해명과 사과를 받아들이고 표류선박과 선원을 모두 송환키로함으로써 미묘한 성격을 지닌 이번 사건이 비교적 빠른 시일안에 해결된 것은 이웃한 양국관계의 장래를 위해 다행한 일이다.
협상 당사자가 우리의 총영사와 신화사 홍콩지사의 부책임자이긴하나 중공외무성의 공식 권한위임을 받은 정부대표이고, 영해침범에 대해 외교상 최대의 사과 표시인 어폴러지(apology)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재침방지의 약속과 주임자에 대한적절한 문책등 「사과」 「보장」 「처벌」의 3가지 요건을 갖춘 전면사과 (full apology) 문서를 제시했다.
이것은 외교관계가 없고 한때 적대국가였던 양국관계의 장래에 밝은 전망을 할수있게하는 상징적인 조짐으로 볼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경위와 내용이 어떻든 간에 중공이 우리에게 폐를 끼친 일임에 틀림없고 그 해결의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도 중공이 우리로부터 큰 시혜를 받았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한다.
우리 정부가 사건의 처리원칙에 있어서 어뢰정 사건을 정치적 동기가 없는 공해상에서의 단순한 선상반란으로 축소시겨 국제법상의 긴급피난으로 다스린 것 자체가 중공으로서는 감사히 받아들여야할 대목이다. 비록 공해상의 일이기는 하나 이미 반란분자들에 장악돼있는선박은 군함이라해도 국제법상 해적선으로 취급하여 우리가 사법적조치를 취할수 있는 것이다.
특히 2명의 반란병은 비록 사후이긴 하지만 망명을 빙자하여 송환을 불원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된다.
우리는 반공을 국가이데올로기로 하고 있는 민주국가다. 따라서 공산주의를 거부하고 자유주의를 선택한다면 우리가 보호하여 송환시키지 않을수도 있는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다급한 쪽은 중공이지 우리가 아니었다. 따라서 우리는 얼마든지 시간을 끌면서 중공으로부터 더 많은것을 받아낼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고 조속히 해결해주었다.
더구나 83년여름의 중공민항기피랍사건때처럼 중공관리를 우리 땅으로 불러들여 교섭을 진행할수도있었으나 우리는 중공과 접경한 홍콩에서 협상에 임했다.
특히 중공이 명심해야할 일은 침범한 세 함정을 우리가 강제예인하거나 격침시키지 않은 일이다.
주권국가의 영토안에 불법 침범한것은 명백한 국제법상 위법행위이며 그것은 당해국가의 강제조치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공군기들은 이들을 단순히 추방하는 온건한 조치로 끝냈다.
이같이 우리는 중공에 대해 여러가지 선의를 베풀었다.이것은 모두 장래에 있어서의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해 배려된것으로 간주될수있다.
중공은 「전면사과」의 형식만으로 그것을 보상했다고 생각해선안된다.
따라서 중공은 앞으로 양국관계의 개선은 물론이거니와 남북한문제에 있어서도 평화와 협력을 증진시킬수 있도록노력해야할것이다.
우리는 중공이 그동안 보여온 대외행동양식으로 보아 이번 사건을계기로 앞으로의 대한관계에도 바람직한 발전이 있을것으로 기대한다.
그것은 이번에 교환된 문서에서 중공이 정중한 형식과 규격을 모두 갖춘것으로도 그 일단을 짐작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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