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투자·저축의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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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은이 잠정 추계한 84년도 GNP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실적은 총괄해서 볼 때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은 성장·투자·저축과 소비 등 주요부문에서 그 전해에 비해 눈에 띄는 개선이 이루어졌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표면적인 실속으로 볼 때 실질성장율 7.6%는 비록 그 전해의 수준을 밑돌고 대만·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의 실적에도 처지는 수준이나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견실한 부문별 개선이 이루어진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큰 관심은 성장의 내용이 제조업 중심으로 주도되었던 점이다. 그 전해의 경제가 일반적인 공업부진속에서 건축중심으로 성장이 주도되는 기형적 패턴을 보였던데 비해 지난해는 성장의 기관거역을 제조업이 맡음으로써 경제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던 점이 대조적이다. 이같은 제조업중심의 경제성장은 물론 수출의 지속적인 신장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내수보다는 수출주도형 성장이라 특징지을 수 있다.
또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총투자율이 29.9%에 달해 그 전해보다 2.1% 포인트나 늘어난 점과 이같은 높은 투자율이 국내저축율의 현저한 제고로 뒷받침된 점이다. 당초의 전망이 26.5%의 국내저축율을 상정했던데 비하면 27.4%의 저축율은 매우 높은 것으로 투자재원의 견빈화가 돋보인다. 성장과 경제안정의 핵심이 되는 높은 투자율과 국내저축의 뒷받침은 또한 외채의 부담을 장기적으로 줄여가는 근본책이기도 하다.
당면 경제정책의 촛점은 바로 이점에 모일 수밖에 없으므로 올해도 성장을 이끌어갈 적정한 투자수준의 유지와 이를 뒷받침할 국내저축의 증대에 최대의 정책력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정부계획은 28.6%의 국내저축과 1.3%의 해외저축을 바탕으로 30%선의 총투자율을 유지할 계획이나 투자와 저축환경이 최근 들어 우려할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음에 비추어 민간투자의 여건을 개선·정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28.6%의 국내저축율은 정부저축보다 민간부문의 저축증대가 관건이므로 이 부문의 다양한 정책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의 총소비가 다소 줄어들고 소비증가율도 둔화되었지만 아직도 72.6%의 총소비율은 만족할만한 선은 아니다.
지난해의 견실한 경제실적에 비해 올해는 어려운 여건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우선 지난해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이 올해는 현저하게 퇴조를 보일 전망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 대역을 어느 부문에 맡기느냐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해외수요가 퇴조할 경우 내수부문이 그 역할을 늘릴 수밖에 없으나 이는 또한 수입유발,국제수지의 애노와 연결될 우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국제수지의 방어에 주름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경기대책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한편으로 지난해의 높은 투자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질성장이 뒤처진 점에 비추어 투자의 생산성과 성장의 균형화는 물론 경제성과의 대외누출 증가문제에도 정책적재조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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