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일보전서 경선으로 급선회|지도체제 싸고 중단소동 빚은 국민당 전당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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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의 분열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총재 후보로 나섰던 이만섭·최치환씨 진영간의 극적인 협상타결로 원만히 끝날 것 같았던 국민당 전당대회는 이·최 양진영의 집단지도체제로의 협상에 대한 다수 대의원들의 격심한 반발로 다시 총재선출을 위한 경선으로 원점 회귀했다.
이·최 양씨는 당초 단일지도 체제하에서의 경선을 전제로 추천대의원을 모았다.
21일 상오 후보등록을 할 때까지 이씨는 6백24명의 추전을 받은 반면 최씨는 3백20명의 추천을 받는데 그쳤다.
추천대의원의 세로만 보면 이씨가 크게 앞섰지만 경선과정의 감정격화로 가뜩이나 취약한 국민당의 구조가 받을 타격이 명약관화했기 때문에 정면대결을 피하자는 타협안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21일 상오 이·최 양씨진영간의 타협의 결과로 나온 3인최고위원의 집단지도체제안이었다.
선거직전 영입인사까지 합쳐 겨우 원내교섭단체를 주선할 수 있는 20석의 의석을 가까스로 확보한 국민당으로서는 당권경쟁결과 부화를 초래해 한명의 이탈자라도 낸다면 당력에 결정적 위해를 가져올 것이 뻔했던 것이다.
양측의 타협안은 이씨가 대표최고위원을 맡고, 최씨가 최고위원이 되며 나머지 1명의 최고위원은 지역안배를 고려해 이·최 양씨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나머지 1명은 전북 무주당선자인 김광수씨로 내정됐었다.
그러나 이러한 양측의 합의는 이·최 양씨와 측근 몇몇 사람은 납득시킬 수 있었으나 대의원의 다수를 납득시킬 수는 없었다. 국민당이『이씨와 최씨당이냐』는 반발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대의원들의 불만은 전당대회장에서 우선 전국구헌금 및 배분과정에 대한 일부 대의원들의 주장을 도화선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구헌금 및 배분문제에 대한 불만제기로 고조되기 시작한 대의원들은 민주적이어야 할 당헌개정안이 지도부 몇 사람의 야합에 의해 뒤바뀔 수 있느냐고 집중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당헌개정안에 직접 관여했던 조병규중앙상위의장과 김완태의원이 이런 민주당헌의 지도체제를 긴급동의를 통해 바꾸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 총선참패에 가뜩이나 흥분한 대의원을 자극시켰고 이런 분위기는 이·최 양씨를 지지하는 대의원까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당헌수정 반대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집단지도체제로의 당헌수정을 밀고 나갈 수도 없었고, 설혹 밀고 갈 수 있다 해도 협상으로 피하고자 했던 당의 분열만 깊게 할 위험이 짙었다.
그렇게되자 양측은 전당대회장에서 협상을 백지화하고 총재경선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21일 상오 양측이 중앙당에 제출한 후보등록서류의 추천내용을 보면 세가 어느 정도 나타난다.
이씨측은 12대국회의원 당선자 중 강경직 이대엽 김용채 신철균 함종한 이봉모 김득수 김광수 최용안 김영생 정시봉 문병하 김규원 최재구씨와 낙선한 11대의원 중 임덕규 김한인 박재욱 김기수 이성수 조일제 조병규 김종하 조형부 노태극씨 등 56개지역구(총73개)위원장을 비롯한 6백24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에 반해 최씨는 12대당선자 중 김완태·조병봉씨와 11대의원 중 이성일·김영광씨 등 17명의 위원장을 비롯한 3백20명의 추천을 받는데 그쳤다.
최씨측은 4백40명의 추천을 받았으나 중복 추천한 듯한 1백20명을 뺀 것이라며 이씨측이 지구당위원장 등을 통해 대의원 본인의 동의없이 일괄서명을 했으므로 이들의 불만과 당의 쇄신을 기대하는「바람」을 업으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립입장을 취한 김종철총재와 이종성부총재를 제외한 전·현지 의원과 위원장의 지지분포 및 대의원총수(1천15명)등을 감안할 때 이씨의 우세는 쉽게 점쳐진다.
타협으로 표대결을 피하든, 표대결로 총재를 뽑든 그것으로 국민당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선 무엇보다 당의 결속이 시급한 문제다. 한명의 의원이라도 이탈하면 원내교섭단체구성이 안된다는 점에서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불만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앞으로 있을 당직인선과 무진노실정에 있어 다시 불만의 소지가 표면화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또 민정·신민당의 양당제적 경향이 짙어가는 추세속에서 당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문제다.
군소정당으로의 전락을 막기 위해 신민당보다 더 강한 대여투쟁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 체질상 불가능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이만섭씨는『내가 총재가 되더라도 언제든지 김종필씨에게 양보할 각오가 돼있다』고 누차 천명해 왔다.
그러나 국민당을 모태로한 구여권의 재결속이 가능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적다. 국민당은 가까스로 원내 제4전의 독자 교섭단체로 남더라도 당의 취약한 구성으로 보아 정국추이에 따라 또 어떤「바람」을 맞을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김현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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