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구석이 있었나|인신매매 세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사회에 그런 구석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 해야할 일이다.
매춘이라면 또 몰라도 사람을 팔고 사는 인신매매를 한다니 말이나 될 일인가.
그것은 이웃과 우리 사회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무관심하고 냉담한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신문보도를 보면 도무지 사람사는 세상의 일 같지않다.
멀정한 소녀를 꾀어 돈으로 올가미를 씌우고, 그것을 고삐로 잡고 도회지로끌고 나와 흥정을 하고, 팔아 넘긴다.
차마 화제로 옮겨놓기도 거북한 얘기들이다.
마치 짐승사냥이라도 하듯이 한쪽에는 소녀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몰이꾼 같은 무리들이 있고, 또 다른쪽에는 이들을 팔고 사는 조직이있는가보다.
「쿤타·킨테」가 사는 아프리가오지도 아니고 우리 생활주변에서 이런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다니 도대체 누구를 탓해야할까.
그 수다한 오지의 경찰이 닿지 않은것도이상하고, 그런 일을 고발하지 않는 우리사회의 무관심도 문제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사회심리적·사회병리적 원인분석이 있어야할 것이다.
누구나하는 얘기지만 물질만능사상이 얼마나 무서운 일도 저지를수 있는가를 적나나하게 보여주고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만 벌수있다면…』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있는한 「돈의 올가미」는 사방에 쳐져있다.
사춘기의 소녀나, 가정의 무관심속에 자란 아이들일수록 올가미에 발목잡히기가 쉽다.
사실 이런 유혹은 꼭 무슨 범죄조직이나 나쁜 사람의 꾐이 아니라도, TV화면에 비치는 허황된치장과 장면들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것이다.
이를테면 도회지의 생활은 쇼처럼 화려하고 즐거울수 있다는 촉각은 특히 시골 소녀들의마음을 흔들리게 할수도 있다.
아마 국민소득 2천달러쯤의 나라에서 우리나라처럼 TV에서 요란 법석을 떠는 예도 없을것 같다.
대만의 TV를 보아도 그렇고, 홍콩이나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TV왕국이라는 미국의 텔리비젼을 보아도 우리나라같진 않다. 우리나라는 무슨 영문인지 매일같이 잔치무드고, 매일같이 호화판쇼다. 여기에 곁들여 말도되지않는 난센스 코미디까지 판을 친다. 하나같이 젊은 아이들의 넋을 빼앗아가기 알맞은 것들이다.
물론 이것이 인신매매의 원인이란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무드가 정서불안정한 소녀들을 집에서 끌어내고 길을 헤매게 만드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할수도 있다는것이다.
욕망이나 욕구를 뒤쫓는 면에선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사람에겐 이성이있고, 그이성의 분별력이 바로 도덕으로 나타난다. 이런 도덕성은 필요하다고판단되는 순간에 욕구를 억제할수있게한다.
그와같은 도덕성은 혼자힘으로 터득되는것은 아니고 주위에서 보고느끼고 배우며, 교육을통해 끊임없이 연마되어야 한다.
여기엔 부모의 포양, 교육의 사명, 종교의 역활등이 큰 몫을 한다. 우리사회엔 엄연히 그런 구실을 해야할 사람과 제도들이 많다. 시골 속속들이 까지도 파고든 교회의 첨탑과 사원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인신매매」라는 얘기를 들으면 이들은 무슨 말을 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결국 이런 세상 부끄러운 일들은 어쩌다 생각난듯이 뒤쫓는 경찰의 조사로는 없어질 일이아니다.
우리사회 모두가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이런 현상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한다.
그러나 더욱 더 중요한 문제는 근면과 성실, 그리고 해고의 노력이 물질을 보상받는 최선의 길이요, 삶의 즐거움이라는 미덕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