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길이 200m에 무게는 40t…500년 역사 줄다리기 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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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서 열린 민속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줄다리기에 사용할 200m 길이의 대형 줄을 옮기고 있다. [사진 당진시]

다음달 7~10일 충남 당진에서는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가 열린다. 지난해 12월 기지시줄다리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뒤 처음 열리는 축제 다.

내달 7~10일 당진 기지시 민속축제
지난해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28일 당진시에 따르면 줄다리기 문화는 대부분의 벼농사 재배지역에서 열리던 민속놀이다. 500여 년을 이어온 기지시줄다리기는 농경·해양·난장 문화가 접목돼 발전해왔다. 기지시(機池市)는 줄 틀을 보관하는 연못이 있던 곳으로, 기지시줄다리기는 농경과 시장, 어촌 문화가 결합한 게 특징이다.

기지시줄다리기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시장이 발달하면서 교통 요지였던 기지시에 난장을 세우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줄다리기를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기지시는 예덕(충남 예산 덕산) 보부상이 한양으로 오가던 길목에 있어 한 달에 장이 12번이나 설 정도로 호황을 이뤘다.

이에 맞춰 작게 만들던 줄은 참여 인원이 늘면서 인근 섬 지역에서 닻을 만들던 방식을 도입했다. 다른 지역과 같은 두 줄 꼬기가 아닌 기지시만의 석 줄 꼬기 방식으로 큰 줄이 탄생한 것이다. 줄다리기 민속축제에 쓰이는 암줄과 수줄은 각각 무게 20t, 길이 100m, 지름 1m가 넘는다. 줄다리기 때문에 리(里) 단위에 불과한 기지시가 읍(邑)보다 더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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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주민들이 줄을 만들던 모습. 마을에선 500년 넘게 직접 줄을 만들어오고 있다. [사진 당진시]

축제의 백미인 줄다리기는 내륙 쪽 주민들로 이뤄진 수상(水上)팀과 바닷가 쪽 주민으로 구성된 수하(水下)팀이 겨루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수상이 이기면 나라가 태평하고 수하가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내려온다. 이런 이유로 승부에 연연하기보다 참가자 모두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당진시 문화관광과 고대영 학예연구사는 “500여 년 전 기지시에 큰 재난이 닥쳐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터가 센 땅의 지기를 눌러주기 위한 행위로 줄다리기를 발전시켰다는 설도 있다”며 “기지시줄다리기가 어떤 역사를 갖고 발전해 왔는지를 알고 축제에 참여하면 더욱 유익한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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