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大 거짓말 같은 밑지고 파는 보험…이름하야 ‘농작물재해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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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거짓말이 있다.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 결혼하기 싫다는 노총각·노처녀, 밑지고 판다는 상인의 거짓말이다. 그런데 진짜 손해를 보는 것을 알면서 판매를 늘리는 보험 상품이 있다.
NH농협손해보험에서만 내놓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농가의 소득을 지켜주는 보험이다. 농민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50%를,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최대 30%(지자체에 따라 다름)까지 지원한다. 그래서 가입자는 보험료의 20% 정도 부담하면 된다.

송춘수 농협손보 농업보험본부장은 23일 “올해 도입된 무사고환급제도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험료의 70%까지 돌려주는 특약도 생겼다”며 “벼 품목을 시범 적용한 뒤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벼 농사를 짓는 한 농가의 연간 보험료로 10만원이 산정됐다고 하자. 이때 중앙 정부에서 5만원, 지방자치단체에서 최대 3만원을 지원한다. 농민은 2만원 정도만 보험료를 내면 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추수까지 사고가 없어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으면 농민이 부담한 보험료의 70%인 최대 1만4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 태풍 네 개가 농토를 할퀴고 간 2012년에는 손해율이 357.1%를 기록했다. 농민의 관심이 늘면서 2013년 가입 면적이 전년보다 50%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손해율이 높아도 농협손보는 품목까지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01년 사과와 배 등 두 품목으로 시작했고, 이후 과수 위주로 늘리다 식량 작물인 벼도 포함했다. 올해는 양배추·밀·오미자·미나리(시설)를 추가해 50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또 벼 등 12개 품목에 대해 기존에는 자기부담비율 20%형 이상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10%와 15%형이 도입됐다. 자기부담비율은 보험금 산정시 가입 금액에서 농가가 부담하는 비율로 피해액이 자기부담비율 미만일 경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자기부담비율 10%형 도입을 통해 농민은 적은 피해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는 20개 품목으로 확대된다.

김원일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장은 “아직도 농작물재해보험과 정부의 재해 지원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재해 지원은 최소한의 구호 수준으로 실질적 지원에 한계가 있어 실질적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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