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而無功 -노이무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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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호 27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초부터 중동 3개국을 순방했다. 백미(白眉)는 이집트 카이로의 아랍연맹 본부에서의 연설이었다. “천하라는 올바른 위치에 서며, 천하라는 커다란 도를 행해야 한다(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며 『맹자(孟子)』대장부론을 말했다. 중동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제(齊)나라의 명 재상 관중(管仲)이 통치술을 펼친 『관자(管子)』형세편(形勢篇)도 인용했다. “아직 만나 보지 못했지만 추앙 받는 군주는 응당 가서 의탁해야 하고, 헤어진 지 오래지만 잊지 못할 군주는 마땅히 와서 도와야 한다(未之見而親焉 可以往矣, 久而不忘焉 可以來矣).” 아랍에 대한 친근감의 표시다. 앞뒤 구절은 더 의미심장하다.


“까마귀 떼는 잘 모이지만 비록 좋은 듯해도 친하지 못하다(烏鳥之狡 雖善不親). 신중하지 못한 결의는 비록 굳센 듯 해도 반드시 풀리고 만다(不重之結 雖固必解). 도의 운용은 신중함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道之用也 貴其重也). 능력이 부족한 사람과는 함께 일하지 말고, 불가능한 일을 강행하지 말며(毋與不可 毋彊不能), 앎이 부족한 자와는 함께 일하지 말고, 해서는 안될 일을 함께 하지 말라(毋告不知 與不可).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게 되면(彊不能 告不知), 이를 일러 고생했으나 보람이 없다 하는 것이다(謂之勞而無功).”


‘애만 쓰고 보람이 없다’는 성어 ‘노이무공(勞而無功)’이 여기서 나왔다. 관중은 이어 독선에 빠진 군주를 꾸짖는다. 서구의 중동정책에 대한 에두른 비난으로 읽힌다. 시 주석의 숨겨진 속내다.


“겉으로 함께 하는 벗은 거의 친하지 못한다(見與之交 幾於不親). 겉으로 베푸는 노역은 거의 결실을 못 맺는다(見哀之役 幾於不結). 겉으로만 베푸는 은덕은 거의 보답 받지 못한다(見施之德 幾於不報)…독선으로 가득한 왕의 나라는 수고롭기만 하고 재앙이 많다(獨王之國 勞而多禍). 독선하는 나라의 군주는 지위도 낮고 위엄도 없다(獨國之君 卑而不威).”


중국이 중동 평화 건설자를 자임했다. 중동에서 미·중 경합 시대가 열렸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더 급한 과제임을 잊어선 안되겠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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