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다시펴는 동시집 <13> - 탄광마을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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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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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마을 아이들
임길택 글
정문주 그림, 실천문학사
142쪽, 9000원

석탄가루 폐에 박히는 깊은 굴 속
탄광촌에도 성탄절은 오는 걸까

탄광마을의 교사였던 임길택(1952∼97)은 자기 삶의 자리를 동시 한 편 한 편에 아로새겼다. 카지노·골프장·스키장이 들어서기 전 탄광마을의 삶을 아이들의 목소리로 오늘, 전해 듣는다.

 “얼마나 깊이 들어가야/일터에 닿을 수 있을까/한겨울에도 땀이 흐른다는데/그곳은 어떤 데일까//까만 탄벽 앞에서도/시간은 흘러갈까/거기엔 어떤 소리들이 들릴까//도시락을 먹을 때면/머리등 불빛 속/춤추는 탄먼지들을 보신다지요//그리고 그곳의 쥐들을/아버지들은 내쫓지 않으신다지요/나무껍질을 갉아먹고 사는 그들에게/오히려 먹던 밥 던져주며/가까이 살아주어/고맙다 하신다지요.”(‘굴 속’ 일부)

 늘 새까만 탄먼지가 날리는 동네에 딱 “오 년만 살고 가자”고 들어왔지만 결국 떠나지 못한 채 “폐에 박힌 석탄 가루들”로 “아버지를 죽이면서”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 시인은 묻는다. 과연 하느님이 이곳에 계시는지, 하느님이 정말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지. 매년 성탄을 맞이할 때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그리스도교인들은 이 질문에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까.

 ‘굴 속’의 마지막 연은 시를 쓰는 일로 함께 아파해 온 시인이 어렵사리 찾아 조심스레 내미는 응답이 아닐까 싶다. “쥐들과도 함께 친구하신다는/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아버지는 하늘나라에 사셔요”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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