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위안부 해결 난망…日외상 "연내에 한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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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협의가 올해 안에 타결되기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 기시다 외상은 2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연내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기자의 발언에 “’연내에’라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조기 타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연내 타결’은 어렵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당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란 점을 염두에 두면서 될 수 있는 대로 (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을 목표로 교섭을 가속화하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을 만난 자리에선 “(한국 측에서는) ‘연내’라는 말도 있지만 양측의 기본적인 입장이 다르다. 기한을 끊으면 힘들게 될 수 있다”며 ‘연내 타결’에 신중론을 폈다.

기시다 외상은 이날 인터뷰에서 위안부 협의가 큰 진전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국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지에 대한 물음에 "논의하기 나름이다. 아직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내용이 정해지지 않으면 어떤 결단이 요구되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타결한다면 최종 해결이 전제인가”란 질문에도 "무엇을 가지고 최종적으로 (타결)할 것인지를 포함해 현재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만 했다.

일본이 1990년대에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던 아시아여성기금의 후속 사업을 확충하는 것이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선 “여러 관계자에게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일 간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생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함께 땀을 흘리지 않으면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며 두 나라의 노력과 양보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기시다 외상은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직접 교섭할 가능성에 대해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협의하는 걸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외교장관 수준은 물론이고 그 이외에도 여러 수준에서 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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