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서브킹' 그로저가 말하는 서브의 모든 것

중앙일보

입력

[사진 삼성 블루팡스]

기사 이미지

진짜 서브의 제왕이 나타났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독일 출신 라이트 괴르기 그로저(31·2m)다.

그로저는 23일 현재 서브 득점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10경기에 나와 36세트를 뛰었는데 세트당 평균 서브득점 0.806개를 기록하고 있다. 2위 시몬(OK저축은행·0.405개)보다 두 배가 넘는 기록이다. 지난 18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선 무려 9개의 서브득점을 올렸다. 국내 프로리그 사상 한 경기 최고 서브득점 기록이다. 그로저는 23일 인천에서 열린 대한항공전에서도 서브 에이스 2개를 기록했다. 특히 2세트 13-13 동점에서 강한 스파이크 서브로 한 점 앞서나갔다. 대한항공 정지석은 그로저의 강서브를 리시브하려다 그대로 뒤로 자빠졌다. 그 정도로 강력한 서브였다.

그로저의 서브는 왜 강할까. 그로저는 3m75㎝ 높이에서 내리꽂는 스파이크 서브가 일품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131㎞. 빠르게 휘기 때문에 어디로 올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그로저는 워낙 서브를 잘 하는 선수다. 우선 서브 폼이 무척 깨끗하고 타점이 높다. 정확한 타점에서 손목 스냅이 들어가 강한 힘으로 공을 때린다"고 설명했다.

그로저가 밝힌 서브를 잘하는 비결은 3단계로 이뤄져 있었다. 1) 토스(공을 올리는 것)를 최대한 앞쪽에서 2) 몸을 열고 팔을 높이 올려서 3) 공을 감아서 치는 것이었다. 그로저는 "팔꿈치를 내리면서 때리면 안 된다. 최대한 팔을 올려서 때려야만 강하게 넣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로저는 엔드라인에서 8발자국 걸어나가 서브를 때린다. 서브를 내리꽂는 위치는 상대 위치 5,6번 사이인 상대 코트 가운데다. 그로저는 "독일 클럽에 있을 때 서브를 가운데로 넣는 게 효과적이라고 배웠다. 종종 측면으로 때리라고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코스는 5번과 6번 사이"라며 "주로 긴 서브를 넣는다. 짧은 서브를 넣어봤지만 별로였다"고 말했다.

그만의 서브 훈련 철학도 있었다. 그로저는 오후에만 서브 연습을 한다. 오전에는 점프를 뛸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는 "몸무게가 106㎏정도인데, 매일 아침마다 뛰는 건 몸에 부담을 준다. 그래서 최근 5~6년동안 오전엔 점프를 하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른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뒤에는 경기 당일 오전에 열리는 서브 리시브 훈련은 하고 있다.

'강서버' 그로저에게도 약점은 있다. 임 감독은 "강스파이크 서브를 날리지만 그만큼 범실도 많다. 조금만 힘을 빼고 서브를 넣으면 실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저도 "서브가 잘 안 들어갈 때가 있다. 대한항공과 경기에서도 초반엔 서브가 잘 안돼 신진식 코치에게 조언을 구했다. 코치님이 팔을 더 높이 들고 때리라고 해서 고쳤더니 잘 들어갔다"며 "서브를 잘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