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스토리] 다섯 가지 고춧가루 사용 … 아가씨 울리는 홍대 별미 ‘최양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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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매운 라면 만들기에 젊음을 바친 김병창 라면패밀리 대표. 가맹점주에게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달해 안정된 점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진 라패]

라면은 싸구려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훌륭한 음식이다. 술을 마셔 속이 답답한 사람에게는 시원한 속풀이로, 이런저런 일로 쓸쓸한 사람에게는 탱탱한 위로가 된다. 삶이 심심해져 버린 사람에게는 짭조름한 자극을 주는 소울푸드로 한국 사람과 지난 반세기를 함께해 왔다.

라면패밀리
주차장 골목 명문 라면가게
‘맛있게 매운 맛’으로 인기
상하이 이어 목동점도 준비

 서울 홍대 주자장 골목인 어울마당로에서 12년째 라면을 맛있게 끓여서 파는 이가 있다.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에 라면가게를 열어 서른일곱이 된 지금까지 라면에 인생을 바친 김병창 라면패밀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라면패밀리의 줄임말인 ‘라패’ 가게에 들어서면 작은 테이블 세 개와 벽을 바라보는 의자 여덟 개가 전부다. 하지만 깔끔한 인테리어와 오픈된 주방에 매장 곳곳은 아기자기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공간이다. 주말이면 최소 30분 이상 줄을 서야 먹을 정도로 손님이 넘친다. 수많은 사람이 집에서도 손쉽게 끓여먹을 수 있는 봉지라면을 사먹기 위해 오래도록 줄 서는 수고를 마다 않는다.

 “맵고도 달콤한 맛을 내는 고춧가루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노력을 한 끝에 각기 맛이 서로 다른 다섯 가지의 고춧가루를 섞어 ‘황금 레시피’를 찾게 됐어요. 양념을 직접 만들어 넣고 나서 기존 단골도 새로운 맛에 훨씬 더 만족했고 대만과 홍콩의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돼 외국인이 관광 이벤트로 먹고 가는 유명한 가게가 됐어요.”

 라패의 경쟁력은 ‘맛있게 매운 라면’이다. 여성이 선호하는 라면 메뉴에는 ‘양’이, 남성이 선호하는 라면에는 ‘씨’가 붙는다. 최고 매운 라면은 최양라면이고, 김치가 들어가는 라면은 김씨라면이다. 매운맛의 정도는 스코빌 지수로 표시한다. ‘얼마나 매워요?’라는 고객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위한 매운맛을 체계화했다. N사의 S라면이 고추 두 개 정도의 매운맛이라면 라패의 가장 매운 라면인 ‘최양라면’은 다섯 개에 해당한다.

 “라면 본연의 특징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라면 맛에 특별함을 배가 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라면 장사를 한 지 10년 째 됐을 때 장사에 대해 조금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대표는 가게의 시스템을 재편했다. 예를 들어 국자를 푸는 자세가 편하도록 동선을 고려했고, 냄비에 눈금을 만들어 놓고 수도꼭지처럼 뜨거운 물이 나오게 했다. 라면에서 가장 중요한 물을 정확히 맞추었고, 주문이 들어오면 5분 안에 라면이 나올 수 있도록 최적의 설비를 갖췄다.

 김 대표는 장사 11년째이던 지난해부터 월 순수익 1000만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어느 날부터 주변에서 가맹점 요청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전수계약으로 오픈한 중국 상하이점이 큰 인기를 끌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게 됐다. 국내 1호점이 목동에서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봉지라면 전문점은 큰 기술이 없어도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가맹비가 상대적으로 적고 재고 부담이 거의 없어 장사를 처음 하는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 큰 위험부담 없이 도전해 볼 만 해요.”

 경기 침체로 자본을 많이 들인 번듯한 프랜차이즈도 성공을 보장 받지 못한다. 오히려 소비자는 덩치 큰 가게 옆에 있는 작고 경쟁력 있는 가게에 주목한다.

 김 대표는 “차려주고 그만인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가맹점주에게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방법을 세부적인 것 까지 전달해 주는 것이 특징”이라며 “젊은 사람이나 은퇴한 분들이 도전 정신을 갖고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작은 가게 운영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가맹점 문의 1899-8836.

송덕순 객원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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