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한 푼다, 차두리 마지막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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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은퇴하기 아깝다!”.

2013년 국내 복귀 준우승만 3번
내일 인천과 FA컵 결승전 앞둬

 ‘차붐’ 차범근(62)은 증권회사 광고에 등장해 아들 차두리(35·FC서울·사진)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광고 속에서 차두리는 영화 터미네이터 장면을 패러디하는 한편 러닝머신 위에서 드리블을 했다.

 ‘차미네이터’가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두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독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난다. 서울 팬들은 경기장에서 ‘두리형 가지마 ㅠㅠ’ 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그의 은퇴를 만류했지만 차두리는 부친 차범근처럼 박수칠 때 떠나는 길을 택했다.

 차두리는 올 시즌 K리그 2경기와 FA컵 1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특히 차두리에겐 31일 오후 1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과의 FA컵(프로·아마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 결승전이 특별하다. 경고누적으로 다음달 7일 수원과의 수퍼매치에 못 뛰는 차두리에게 FA컵 결승전이 마지막 홈 경기이자 마지막 우승 도전이다.

 2002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프로에 데뷔한 차두리는 스코틀랜드 셀틱 소속으로 2010년 FA컵, 2012년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3년 국내 복귀 이후엔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광저우 헝다(중국)에 밀려 준우승을 했고, 지난해 FA컵 결승에선 승부차기 끝에 성남에 졌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지난 1월 아시안컵 결승에서는 호주에 연장 끝에 무릎을 꿇었다.

 차두리는 아시안컵이 끝난 뒤 “부모님이 이름을 ‘두리’라고 지어 3년 연속 2등을 한 것 같다. 하나(차두리의 누나 이름)라고 지었다면 1등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차붐은 “두리는 ‘2등’이 아닌 ‘같이’란 뜻이다. 두리가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시민구단 인천은 올 시즌 도중 임금 체불 등 풍파를 극복하고 구단 최초로 FA컵 결승에 올랐다. 김도훈(45) 인천 감독은 “인천은 미생(未生)으로 시작했지만 완생(完生)으로 끝맺음 하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우승팀에는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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