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내수 회복은 부양책 효과 “구조개혁 매듭져야 올 3% 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국 경제에 오랜만에 희망적인 숫자가 등장했다. 한국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2%를 단순히 연간으로 환산하면 연 5% 성장에 가깝다. 경기가 좋았던 2006년(연 5.2% 성장), 2007년(5.1%)에 버금간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올 3분기 성장률은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회복 모멘텀은 마련된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중국 경기 둔화
3분기 성장 모멘텀 약화시킬 수도

 자연히 성장률 3%대 회복이 가능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2011년 3.7% 성장을 기록했지만 2012년(2.0%)과 2013년(2.8%)은 2%대 성장에 그쳤다. 현실적으로 당장 올해 성장률 3%대 달성은 쉽지 않다.

전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성장률이 0.9%를 기록하면 한은의 올해 성장 전망치(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3%대 성장을 하려면 4분기에 3분기를 뛰어넘는 1% 중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얘기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통상 4분기에는 1~3분기보다 재정집행이 줄어든다”며 “3분기 회복이 2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및 정부의 내수 부양에 따른 것을 감안하면 4분기 성장률은 다시 0%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의 국내외 경제기관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측했다. 정부만 3%대 전망치(3.1%)를 고수하고 있다.

 관건은 3분기에 보여준 회복 모멘텀을 이어가느냐 여부다. 그러면 내년에는 3% 성장률 복귀가 가능할 수 있다. 한은은 지난 15일 내년 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 시 3.3% 성장을 전제했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7%)을 비롯한 대다수 민간 기관은 내년 성장률을 2%대로 본다. 수출 부진이 3%대 성장 달성에 걸림돌이다. 수출을 좌우하는 대외 환경이 불확실해 부진 추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 같은 ‘주요 2개국(G2) 리스크’를 우려했다. 이 총재는 23일 ‘한은-연세대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은 금융·실물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중국 경제 불안으로 신흥국의 성장 모멘텀도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3분기 성장률을 밀어 올린 내수가 앞으로도 수출 부진을 상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근의 내수 회복은 정부 역할이 컸다.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정책이 효과를 봤다. 이런 부양책은 효과가 일시적이다. 정책 효과가 사라진 후 소비가 급감하는 ‘소비절벽’ 우려도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에는 재정 확장이나 금리 인하 같은 경기 부양책을 펴기 어렵다”며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 부양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3%대 성장을 이루려면 구조개혁을 통해 어렵사리 살아난 회복의 불씨를 퍼뜨려야 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질 내년을 고민해야 한다”며 “우선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성장 모멘텀을 살리려면 노동시장 개혁, 기업 구조조정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국가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체질 개선을 먼저 이뤄내는 국가가 해외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