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챌린저 & 체인저] 세계 기업 지원하는 ‘스타트업 칠레’ … 기업가정신·창업환경 조화 숙제 내준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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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연
대전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인 ‘카카오 택시’의 누적 호출이 출시 6개월 만인 지난 9월 2000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4000만 명 가량의 카카오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사실 이보다 앞서 해외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나왔다. 아르헨티나 산티아고에서 출발한 ‘더 안전한 택시(Safer Taxi)’다.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출신 3명이 창업한 신종 사업이다. 세이퍼 택시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2250여 대의 택시가 참여 중이다. 이 회사는 미국 유수의 투자사들로부터 420만 달러를 유치해내기도 했다. 특히 세이퍼 택시는 칠레 정부가 시행 중인 ‘스타트업 칠레(Start-up Chile)’ 프로그램의 대표적 수혜 기업이기도 하다.

 세이퍼 택시는 ‘기업가 정신’과 ‘창업 환경’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좋은 열매를 맺은 사례다. 사실 이 둘은 선후를 논의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갖는다.

 지난 2010년 시작한 ‘스타트업 칠레’ 프로그램은 1년에 두 번씩 각각 100개 기업을 뽑아 6개월간 투자금·사업공간과 함께, 미국 실리콘 밸리 출신의 자문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세계 72개국 창업가들에 대해 1200여 개 이상의 벤처 기업을 지원해 1억 달러의 투자 유치와 1500명이 넘는 고용 창출 효과를 거뒀다. 간접 고용 효과만도 약 20만 명에 달하면서 많은 언론과 각국 정부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것은 기업을 선정할 때 세계 기업가들에게 개방한다는 점이다. 창업 비용이 점차 증가하는 미국·유럽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리콘 밸리를 성공적으로 모방했다는 의미에서 ‘칠리콘 밸리(Chilecon Valley)’라는 합성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수혜 기업의 80%는 6개월 프로그램 이후 산티아고를 떠나 미국 등으로 옮겼다. 또 정작 칠레 젊은이들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데엔 효과가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창업 환경 조성은 이를 활용할 주체의 육성과 함께 이뤄져야 더욱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벤처 캐피탈 투자금의 비중이 미국에 이어 2위 수준이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은 세계 32위에 그친다. 자금 지원과 함께 창업 생태계의 출발점인 기업가 정신을 동시에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한상연 대전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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