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오재일 "기습번트? 프로 데뷔 후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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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간스포츠]

 
"처음이죠."

두산 오재일(29)은 타고난 슬러거다. 키 1m88㎝, 체중 95㎏의 건장한 체구에서 호쾌한 스윙을 한다. 올 시즌 66경기에 나가 180타석 밖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14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런 그가 지난 10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번트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5회 1사 넥센 선발 양훈의 초구 때 3루 쪽으로 향하는 번트를 대 내야안타로 만든 것이다. 넥센 내야진은 왼손타자 오재일의 잡아당기는 타구를 대비해 수비를 오른쪽으로 당긴 상태였고, 투수 양훈이 쫓아갔지만 이미 늦었다. 비록 득점으론 연결되지 않았지만 넥센 수비진을 당황시키기엔 충분한 안타였다.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오재일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코치님들이 상대 수비를 보고 '한 번 시도해보라'고 했는데 잘 됐다"고 웃었다. 오재일은 7회 다음 타석에서도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2-2 동점의 발판을 놓았다. 그는 "사실 희생번트는 조금씩 연습을 했다"면서도 "이제는 수비들이 생각을 할 테니까 당분간은 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오재일은 시즌 초반 부진했다. 김재환, 외국인선수와 경쟁을 펼치는 사이 6월까지 13경기에서 타율 0.233, 1홈런 2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여름이 시작되면서부터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려 타율 0.289, 14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이번 가을은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드러낼 수 있는 기회다. 오재일은 "생각이 너무 많았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경기에 집중이 잘 안 됐다"며 "포스트시즌 경험을 해봐서 체력적으로 힘든 걸 알고 있다. 이번엔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잠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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