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5인 외 다른 중진도 불출마나 열세지역 출마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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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오른쪽)이 임기 마지막 날인 23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최종 혁신안을 발표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계파주의와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분들의 백의종군, 선당후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은 혁신위원인 우원식 의원. [김상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3일 “안철수 의원도 내년 총선 때 부산에 나가 의미 있는 바람을 일으켜 주면 좋겠다는 게 혁신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의 부산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여의도 당사에서 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안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노원병이지만 고향은 부산이다.

백의종군 촉구 혁신위원장 인터뷰
“대선 패배 뒤 당 이끈 분들 당의 전략적 판단 따라줬으면”
“부산서 흐름 만들면 전국에 영향…문재인·안철수 동반 출마해야”

 정세균·이해찬·문희상·김한길·안철수 의원에게 백의종군 또는 열세지역 출마를 요구한 김 위원장은 “잠시나마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맡아 당을 이끈 분들과 대표급은 아니더라도 누가 봐도 존경받는 당 중진들도 백의종군에 해당하는 불출마 선언 또는 당의 열세지역 출마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에서 5명 외에 2007년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들은 손학규 전 대표, 원혜영 전 임시대표, 한명숙 전 대표, 문성근 전 대표대행, 박지원·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등이다. 다음은 문답.

문 대표가 부산 출마를 심사숙고하겠다는데.
“당 대표에겐 총선 지휘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총선에선 국민이 생각하는 큰 흐름이 뭐냐가 중요하다. 부산 서 새정치연합의 흐름을 만든다면 전국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산에서 낙선하면 대선주자로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중요 전략지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면 그 자체가 국민에게 큰 인상을 남길 거다. 승패가 대선 후보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진 않을 거다.”
안철수 의원은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이 중요하다는 입장인데.
“혁신위에선 안 의원도 문 대표와 비슷한 취지로 부산에 출마하면 좋겠다는 논의를 했는데 성명에 담진 않았다. 지역주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개인적 이득을 위해 약속을 바꾸는지 아닌지는 유권자도 판단을 한다. 혁신위 활동이 끝날 무렵 실패라고 규정해 제가 한두 마디 했지만 안 의원은 당의 큰 자산이다. 당 체질 혁신을 이끌었으면 한다.”
전직 대표나 비대위원장 5명을 언급했는데.
“총선 승리와 2017년 정권교체가 새정치연합의 목표다. 그렇다면 정권을 놓친 후 당을 이끈 분들이 앞장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방법은 백의종군도 있고, 약세지역 출마도 있다. 5명 외에도 잠시나마 당을 이끈 분들이 꽤 있다. 이들도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주길 바란다. 실명을 말하진 않겠다.”
최인호 혁신위원이 이해찬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요구했지만 반응이 없었는데.
“불출마 선언은 강요할 사안이 아니다. 당사자가 판단할 문제다. 최 위원의 제안은 개인이 개인에게 한 것이지만 오늘 성명은 혁신위 차원에서 당의 원로나 상징적인 분들의 희생을 제안한 거다.”
비리 혐의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의원들은 공천 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당에선 검찰의 편파 수사를 주장하고 있지 않나.
“정치 검찰의 권력 비호적 판단 속에 기소되고 재판이 이뤄지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부정비리 연루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별 사정을 들어보면 안타까운 면이 있지만 당의 청렴화와 후보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공천 신청을 하지 않는 ‘정치적 판단’을 해 달라는 거다. 기준을 제시하면 대상이 명확하기 때문에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문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유죄 판결을 정치적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배치되지 않나.
“문 대표가 재판 과정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안타깝다는 생각을 갖는 것 같다. 문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거부한 적은 없다. 아쉬움은 이해하나 당 대표이니 사법부 판결은 판결대로 존중해야 한다.”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국회의원을 포함해 당 구성원의 분산적이고 고립적인 활동 방식이 문제다.”
전국을 돌며 당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요즘 호남 민심은 어떤가.
“혁신위 출범 후 맨 먼저 광주에 갔는데 상상 이상으로 민심이 이반돼 있었다. 문 대표의 한계를 지적하는 여론과 비판도 많았다. 지금은 각종 신당이 실제 정당이 될지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새정치연합, 혹은 준진보정당까지 합한 통합 야당을 만들어 이길 수 있는 당이 되라는 게 바닥 민심이다.”
총선 불출마 선언했는데 향후 대선 출마는.
“총선 불출마는 유효하다. 정치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놓은 건 아니지만 대선 출마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글=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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