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킴이에서 노인의 친구로…폭발물 탐지견들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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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들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던 폭발물 탐지견들이 적적한 시골 노인들의 친구로 ‘견생(犬生) 2막’을 시작했다.

광주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와 함께 활동하는 총 6마리의 폭발물 탐지견들 가운데 리트리버 ‘스카이(8살)’와 셰퍼트 ‘스틸(7살)’은 지난달 27일 함께 은퇴했다. 경찰특공대원들은 다양한 위험 현장에서 6년여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동고동락한 스카이와 스틸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준 뒤 특공대 앞마당에서 도열해 박수를 쳐주며 은퇴를 축하했다.

스카이는 원래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마약 전문 탐지견으로 훈련을 받다가 지난 2009년 9월 광주 경찰특공대로 왔다. 마약 탐지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폭발물 냄새는 귀신같이 맡아 큰 어려움 없이 실전에 투입됐다. 광주와 전남ㆍ북 지역에서 열리는 대통령ㆍ국무총리 참석 행사를 비롯해 2010년 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굵직한 행사에서 각국 주요 인사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지난 7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경기장과 숙소 등지의 폭발물 탐지가 마지막 임무였다.

민간 훈련소에서 생활하다가 뛰어난 복종 훈련 실력을 인정받아 광주경찰특공대에 발탁된 스틸은 스카이보다 한 달 늦게 탐지견이 됐다. 각각 흰색 털과 검은색 털로 뒤덮인 두 탐지견은 귀여움과 늠름한 모습으로 광주경찰특공대의 마스코트가 됐다.

이제 탐지견으로 활동하기엔 고령인 데다가 체력이 저하된 스카이와 스틸은 은퇴와 동시에 새 주인을 만났다. 은퇴를 앞두고 공모를 통해 광주 경찰특공대 정현욱(32) 경장과 광주 북부경찰서 소속 염정운(43) 경위가 각각 스카이와 스틸의 주인이 됐다.

스틸은 전남 나주시 염 경위의 부모 집에서 시골 노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스틸은 검은색 털과 쫑긋 선 귀로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골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경찰특공대 생활로 갖추게 된 ‘똘똘한’ 모습으로 단 며칠 만에 마을의 인기스타가 됐다. 스카이 역시 조만간 전남 장성군 정 경장의 외할머니 집에 보내져 같은 길을 걷게 된다.

광주경찰특공대 정현욱 경장은 “스카이와 스틸은 이제 ‘노인들의 친구 되기’라는 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도움을 주는 대상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봉사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사진 광주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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