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칸' 만들어야 하나…런던 도입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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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여성 전용칸’을 만들어야 하나.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6일(현지시간) 영국을 비롯해 일본·브라질·멕시코 등에서 지하철 내 여성 전용칸을 만드는 것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여성 전용칸’ 논란은 국가 기간산업의 국유화 등 강경 좌파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국 노동당 제레미 코빈에 의해 촉발됐다. ‘여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책’이라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불필요한 격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텔레그래프가 이날 온라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6%만이 “여성 전용칸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84% 응답자들은 “여성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본은 2000년부터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전체 8량의 지하철 중 1호차에는 여성들만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성 전용차(Women Only)’라는 스티커가 전차 앞에 붙어있으며 남성이 타려고 하면 역무원이 뛰어나와 제지하기도 한다.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어린 남자 아이 같은 경우는 예외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2012년부터 ‘여성 전용칸’을 도입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장 많은 러시아워에 일반 열차는 꽉 차는 반면 여성 전용칸은 텅텅 비어있는 문제점이 발생하자, 이 제도를 다시 없앴다.

인도 뉴델리·뭄바이·캘커타 등에서도 ‘여성 전용칸’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여성을 상징하는 화사한 파스텔 컬러로 만들어진 이 자리에 앉는 남성들은 벌금을 내거나 경찰서로 연행된다. 인도는 여성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여성 버스 운전자를 대거 고용하기도 했다. 이란은 가장 적극적으로 대중교통에서 남녀를 구분, 분리하고 있는 국가다. 출퇴근 버스에서도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서 태우고, 부부인 경우에도 따로 앉거나 떨어져서 가야 한다.

한국에서는 1992년 성범죄 예방의 목적으로 지하철 1호선과 국철에 여성 전용칸 제도를 도입했지만 머지않아 중단됐다. 이후 지하철 내 여성 성범죄가 늘어나면서 2008년부터 다시 여성 전용칸 도입이 추진됐지만 남성 역차별, 실효성 등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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