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사무총장·최고위 폐지” … 친노 “자기 정치 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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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8일 사무총장 자리를 없애고 최고위원제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차 혁신안’을 내놨다.

 계파 갈등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정당조직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당이 발칵 뒤집혔다.

 김상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계파 갈등의 상징이 된 사무총장 직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총무·조직·전략홍보·디지털·민생 본부장 등 ‘5본부장’을 두는 안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20일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와 당무위원회에서 당헌·당규를 바꿔 즉시 적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안이 당 중앙위 등을 통과하면 문재인 대표가 비노 진영의 강한 반발에도 임명을 강행했던 최재성 사무총장은 결국 사퇴해야 한다.

 최근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담판을 통해 비노 진영도 최 총장 임명 문제는 눈감아 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 대표나 최 총장으로선 비노 진영의 반발보다 더욱 강력한, 자리 자체를 없애버리는 ‘김상곤 변수’를 만났다.

 당사자인 최 총장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비노 쪽 반응이 궁금하다. 아마 엄청 환영할 것”이라면서 “(혁신안이 중앙위 등을 통과하면)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도부 체제는 최고위원제를 없애는 대신 지역·세대·계층·부문별 대표로 새로 꾸려야 한다는 게 혁신위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현행 최고위원 체제를 내년 4월 총선 후 개편해야 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지난 2월 8일 선출된 문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지도체제를 개편하면 문 대표는 임기를 단축해서 내년 총선 후 물러나야 한다. 일각에선 “문 대표의 임기는 ‘제도’보다 내년 총선 결과라는 ‘정치적 성적표’에 달려 있는 만큼 임기단축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지만 문 대표 주위에선 “혁신위에 ‘전권’을 줬더니 ‘월권’을 하고 있다”는 혹평이 나왔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최고위원이든 사무총장이든 잡음이 있다고 해서 아예 자리를 없애는 건 세월호 사고 때 해경을 해체한 것과 비슷한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자기 정치’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비판은 비노나 중도그룹에서도 나왔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구성을 바꾼다고 해결될 (계파) 문제도 아니고, 국민 관심사도 아니다”고 했고, 추미애 최고위원은 “음식이 짜다고 소금을 다 버리면 음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비노 측 박주선 의원은 “지역 대표 지도부가 들어서면 기존의 계파 갈등에 지역 갈등까지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 안팎의 논란과 관련,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계파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혁신위안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초 약속대로 혁신 활동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구성안’도 혁신안으로 내놨다. 평가위원장을 당 대표가 임명하고 임기 2년의 위원들을 전원 외부인사로 채워 의원을 평가하게 한 뒤 내년 4월 총선 공천에 반영하는 안이다.

김형구·이지상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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