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군산무대…치정·살인사건 소재|특유한 풍자와 냉소로 일제사회상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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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군산에 「미두」라는 투기놀음이 성하던 일제시대에 정주사의 딸초봉이는 정주사가 미두에 미쳐 가계가 어렵게 되자 제중당 약국에서 일을 한다. 그런데 혼기가 된데다 미모인 초봉이를 탐내는 남자들이 주위에 많이 나타나게된다. 제중당 주인 박제호, 하수인격인 곱추 장형보와 함께 예금된 남의 돈을 빼돌려 미두를 하는 호색가인 은행원 고태수, 초봉이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금호병원 조수인 남승재등등.
결국 그녀는 장사밑천을 대준다는 말에 홀린 부모의 권유로 고태수와 결혼했으나 장형보의 계략으로 인하여 남편을 잃고만다.
거기다가 그녀는 장형보에게 겁탈까지 당하게 된다. 장례를 치르고 난뒤 초봉이는 군산을 뗘나 무작정 서울로 가게 되는데 도중에 박제호를 만나게 된다.
그의 유혹에 떠밀려 그녀는 유성온천에 가게되고 그후로 그들은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얼마후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딸을 낳게 된다. 그때 장형보가 불쑥 나타나 밑도 끝도 없이 그 아이가 자기의 자식이라고 우겨대며 박제호에게서 초봉이를 빼앗아간다. 남편을 죽게 하고 자신의 몸을 망쳐놓았을 뿐만아니라 자신의 생활처까지도 깡그리 부숴버린 장형보를 초봉이는 극도로 증오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마침내 그녀는 장형보를 살해하고야 만다.
그리하여 동생 계봉이와 남승재가 초봉이를 새생활로 인도하려던 계획은 그만 수포로 돌아가고 탁류에 희생된 초봉이는 자신이 살인자임을 자수하려고 마음먹게 되면서 작품의 막은 내린다. 이작품은 1941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채만식의 대표작이며, 특유한 풍자와 냉소로 1930년대 한국의 사회상을 집약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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