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고전」이 푸대접 받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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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역고전」이 널리 읽히지 못하고 있다. 고전이 어렵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정책적 차원에서나 독서운동에서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학교·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쉽게 쓰여진 고전문고도 외면당하는 것은 민족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고전을 학생들에게 가깝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전국역은 민족문화추진회(이사장 이병훈)가 맡아서 하고있다. 지금까지 『열하일기』(박지원저), 『대동야승』(성현등저) 등 41종 2백54책이 출간되어 나왔다.
또 이들 고전을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문고가 1백여권 출간되고 있다. 국민학교용으로 『바닷속에 묻힌 임금님』 등이, 중학생용으로 『이야기 대동야승』 등이, 고교생용으로 『한국명문선』 등이 있다.
심지어 유아용으로는 『그림 삼국유사』도 나왔다.
그러나 이같이 고전이 광범위한 계층을 대상으로 번역·편역되어 나오지만 보급은 거의 되지않고 있다.
1백여권이 되는 문고는 1년에 20만권(한책에 2천권)정도밖에 안팔렸고, 『열하일기』 등 전집류는 대학공공도서관에도 비치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최내옥교수(국문학·한양대)는 『고전을 읽고 안다는 것은 한국인을 가장 한국인답게 하는 것』인데도 『외내문물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한 나머지 우리 고전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주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최교수는 또 고전을 번역, 간행하는 쪽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전은 어느 나라든지 특별한 것을 제외하고는 재미가 없다. 그러나 고전과 독자를 연결시키기 위한 시도를 다양하게 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고전을 읽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고전을 번역만 해놓아서는 안되며 ▲원작을 풀어 쓰거나 ▲긴 내용을 다이제스트하고 ▲원형을 지키는 범위에서 내용을 재미있게 재편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교수의 지적과 같이 지금 간행되고 있는 국역고전은 간행 그 자체에 급급하여 충분한 해설이 포함되지 않아 일반인들이 읽기 어렵다. 또 학생용 문고본들도 내용이 재미있게 재구성되고 문장이 아름다워야하는 등의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일반 학생용 도서와 비교할때 삽화·지질 등 출판의 현대적 감각에서도 뒤지고 있어 학생독자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최교수는 『고전속에 우리의 정치·사회·문화·예술의 뿌리가 들어있다고 볼때 고전의 중요성은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우선 학교교육에서 고전을 인식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져야하며 그것이 확대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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