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지역구 행사 줄 취소 … 평소 주말 15개서 2개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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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동

“저는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아닙니다.”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요새 만나는 사람에게 이 말부터 건넨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이 지역구(평택을)인 유 의원이 ‘자가격리 대상자’로 오인받는 해프닝을 겪어서다.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평택성모병원에 들렀다가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하루에 두 번 보건 당국에 전화 확인만 받으면 되는 비감염자다. 그런데 지난 5일 국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 의원을 두고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당 회의에 참석해 다른 의원들이 떨고 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퍼졌다. 당황한 유 의원 측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격리 대상자가 아니라 능동감시 대상자로 판정받았다”는 해명자료까지 내야 했다.

 하지만 유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문형표 복지부 장관에게 “나는 자가격리 대상자냐, 능동감시 대상자냐”고 따져 물은 게 불을 다시 지핀 격이 됐다. 정부 대응체계의 혼선을 지적하려 쓴 표현인데 “격리돼야 할 사람이 본회의장까지 나왔다”는 오해를 불렀다. 유 의원실 직원들이 다른 의원실에 가면 “들어오지 말라”거나 “손 깨끗이 씻고 오라”는 진담 섞인 농담을 듣곤 했다. 의원들은 “당분간 유 의원을 멀리해야겠다”는 말을 농반진반으로 한다.

 국회는 9일 건물 출입구에 메르스 의심자를 차단하기 위해 열감지기를 설치했다. 이를 두고 엉뚱한 소문이 돌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11일 방한하는 것과 연결시켜 “장더장이 메르스를 걱정해 설치를 요구했다”는 루머다. 국회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방역 강화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국회는 더 이상 ‘카더라’ 통신의 청정지대가 아니다.

 지난 9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새누리당 박모 의원실의 비서관이 고열과 기침 증세로 격리조치 당함. 박 비서관은 법안 설명을 위해 의원회관을 3시간에 걸쳐 걸어다닌 것으로 확인’이란 글이 돌았다. 박 비서관은 쏟아지는 문의전화에 “허위”라는 해명 메시지를 돌려야 했다.

 지역구 의원들에겐 ‘메르스 공포’가 예정에 없던 여유로 돌아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천안갑) 의원은 일요일인 지난 7일 2개의 결혼식에만 참석했다. 평소 주말이면 15개 안팎 행사에 참석해 왔지만 메르스 때문에 지역구 행사가 줄줄이 취소돼서다. 새누리당 서용교(부산 남을) 의원도 지난 주말 6개 행사 중 조기축구 창립기념식을 제외한 5개 행사가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한 야당 의원은 “의원이 되고 나서 일요일에 낮잠 자는 건 꿈도 못 꿨는데 이번에 집에서 낮잠을 잤다”고 털어놓았다.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메르스 이후 행사가 80~90%는 취소됐다”고 전했다. 국회에서 열기로 했던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 등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타격 받은 병원에 전염병연구센터를”=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게 공개돼 타격을 받은 병원이 늘어나자 이런 병원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의동 의원은 “메르스 환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병원 문을 닫는다면 앞으로 또 다른 전염병이 생겨도 병원들이 숨기려고만 할 것”이라며 “전염병연구센터 등을 국가가 이런 병원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인 원유철(평택갑) 의원은 “당 차원에서 메르스로 피해 본 국민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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